최근 부동산 시장 안정화 추세 속에 쌓여가던 아파트 매물이 대선을 기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규제 완화 공약에 기대를 건 재건축 아파트 단지 집주인들과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14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4만8,548건으로 집계됐다. 대선 당일인 지난 9일 5만131건과 비교하면 3.2%(1,583건) 줄었다.
25개 자치구 모두 매물이 줄어든 가운데 △용산구(-5.4%) △도봉구(-5.1%) △광진구(-4.8%) 순으로 많이 감소했다. 강남 3구인 △서초구(-4.3%) △강남구(-4.2%) △송파구(-2.2%)도 아파트 매물이 줄었다.
경기와 인천의 아파트 매물도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경기 아파트 매물은 9만8,115건에서 9만4,401건으로 3.8% 줄었고, 인천 아파트 매물 또한 2만1,365건에서 2만546건으로 3.8% 감소했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여파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며 증가했던 매물이 대선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주인들이 규제 완화를 내건 윤 당선인의 공약을 보고 정책이 가시화될 때까지 추이를 살피기 위해 매물을 거둬들인 것으로 판단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세부담을 덜어주기로 했으니까 집주인 입장에서는 심리적인 압박을 덜게 됐다"며 "정책이 구체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생각이 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물 감소 현상은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에서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윤 당선인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준공 30년 이상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500% 상향 등으로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로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주민들의 관심도 뜨겁다. 강남구 아파트 단지 한 주민은 "워낙 대단지라 주민 간 의견이 분분했지만 대선 이후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은 한결같다"고 전했다.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형국이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완화되면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정치권에선 관련 법안도 발의됐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2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대해 매물 출회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자금이 급한 다주택자는 집을 정리하려고 할 테지만 여유 있는 다주택자라면 계속 들고 갈 수도 있다"며 "매도하더라도 서울 등 주요 입지에 있는 집은 계속 거주하고 비선호 지역에 있는 집을 내놔 시장 양극화도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