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가 대출총량 규제에 이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완화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상향' 공약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DSR 규제 완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윤 당선인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관계자는 “당선인의 LTV 규제 완화 공약은 DSR 규제와 양립 불가능하다”며 “이에 따라 인수위에서 DSR 규제 완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9억 원 이하 40% △9억 원 초과 20%의 LTV를 적용하고 있다. 집값이 15억 원을 넘으면 아예 주택담보대출이 막힌다. 당선인은 후보시절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의 경우 이를 80%까지 높이고, 최초 구매가 아닌 경우에도 LTV를 최대 70%까지 일률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는 DSR 규제를 손보지 않고 LTV만 상향할 경우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현재 총대출금이 2억 원을 넘을 경우 DSR 40%(비은행권 50%)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해 대다수 실수요자가 LTV 상한액만큼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 소득 7,000만 원 가구가 9억 원 주택을 담보로 LTV 70%를 적용받으면 표면적으로는 6억3,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연 금리 3.85%(1월 주담대 가중평균금리)·30년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을 적용하면 DSR가 50.63%(연 원리금 약 3,544만 원)까지 올라가 LTV 상향 효과를 온전히 볼 수 없다. 현행 DSR 규제를 적용할 경우 이 가구의 주담대 한도는 약 4억9,750만 원에 불과하다.
형평성 논란도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DSR를 현재대로 놔둔 상태에서 LTV만 상향할 경우 상환여력이 있는 고소득자만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연 소득 1억 원 가구가 9억 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대출(LTV 70%·연 금리 3.85%·30년 원리금균등상환)을 받으면 DSR가 35.44%에 불과해 연 소득 7,000만 원 가구와 달리 LTV 규제 완화 효과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는 총 대출금이 1억 원만 넘어도 DSR가 적용돼 형평성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SR 규제 완화 움직임에 금융권과 소비자는 일단 반색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간 강도 높은 대출규제로 숨통이 막혔던 은행과 실수요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섣부른 DSR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 DSR 규제를 풀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며 “충분한 주택공급 후에 DSR를 손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