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분야 핵심 공약인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데 남용돼왔다는 취지에서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장관은 14일 언론을 통해 "수사지휘권 폐지를 하겠다는 계획에 반대하고 시기상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당선인 확정 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임명된 시점에서 장관 견해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박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은 수십 년간 검찰에 재직했고 다수 검사와 인연을 맺고 있는데,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관계가 아닐까 싶다"며 "이런 상황에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공정성이 담보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오히려 총장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투명하고 공식적으로 (수사 공정성을) 검증받을 수 있는 장치가 수사지휘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수사지휘권을 없앤다면 검찰 일선의 수사경과와 결과, 결정을 검증할 방법도 없고 공정성 시비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래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총 4차례로, 2005년 한 차례 이후 현 정부에서만 세 차례 이뤄졌다. 추미애 전 장관은 채널A 관련 검언유착,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 박 장관은 한명숙 전 총리 재판 위증 의혹 사건에 대해 다시 살펴보라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특히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당시 총장이었던 윤 당선인을 사실상 배제하는 취지로 내려져 갈등을 빚었다. 박 장관은 "추 전 장관은 사건 내용과 관련한 지휘였지만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에 대한 지휘는 없었고, 저의 수사지휘는 사건 내용이 아닌 절차적 지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윤 당선인의 또 다른 공약인 '검찰 자체 예산편성권 확보'를 두고는 "조건부 긍정"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도 법무부를 통해 큰 통제 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특수활동비 등) 투명성을 확보하는 조치가 함께 논의돼야 예산편성권의 독립도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장관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특별검사 도입과 관련해 "대장동 사건을 비롯한 여러 현안 사건을 결론 내지 않고 20대 대통령 정부에서도 중요한 시비거리로 이어지는 것은 나라와 국민에 불행한 일"이라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