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난달까지 석 달간 출근시간대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였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윤 당선인이 답변하지 않으면 이달 출근길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전장연은 14일 오전 당선인 집무실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윤 당선인이 이달 23일까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간 중단했던 출근길 시위를 24일부터 다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형숙 공동대표는 “장애는 죄가 아니다”라며 “법에 명시된 이동, 교육, 노동 등의 권리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윤 당선인이 꼭 보장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경석 공동대표 역시 “검토하겠다는 말은 안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인수위 기간 동안 예산 반영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이날 인수위에 당선 축하 난과 함께 요구안을 전달할 계획이었지만 경찰의 제지로 이뤄지지 못했다. 금감원 연수원에 당선인 집무실이 있어서 경호구역으로 지정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기자회견도 연수원 건물 앞이 아니라 100m가량 떨어진 효자로로 옮겨 진행해야 했다.
박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당시에도 인수위 바로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었다”며 “인수위가 심각한 차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 실망했다”며 요구안이 적힌 서류를 찢고 축하난 화분을 바닥에 던져 깨뜨렸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6일부터 휠체어를 탄 회원들이 출근시간대 지하철을 오르내리며 운행을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 국회는 이에 응답해 그달 말 저상버스 확대,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 등) 시외 운행을 골자로 하는 교통약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법안 성안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의 개입으로 예산 지원 관련 조항이 의무규정('해야 한다')이 아닌 임의규정('할 수 있다')으로 바뀌어 국회에서 승인되자, 전장연은 이에 반발해 지난달 하순까지 시위를 계속했다. 단체는 지난달 21일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장애인권리예산 확보 필요성을 언급하자 시위를 잠정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