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5일 발효된 한미 FTA가 양국 간 시장 확대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10년 전, 협상 당시 국내에서 거센 반대 시위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단 얘기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미 FTA 체결 첫해인 2012년 1,018억 달러였던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지난해 1,691억 달러로 10년간 6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계 전체에 대한 무역규모가 1조675억 달러에서 1조2,595억 달러로 17.9%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FTA 발효 이후 한미 양국 교역이 가파르게 증가한 셈이다.
특히 대미 무역수지는 매년 흑자를 유지, 2012년 152억 달러에서 지난해엔 227억 달러로 불어났다. 상위 10대 수출 품목 중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한 전 품목의 수출이 10년 새 증가한 가운데 반도체(246.6%), 컴퓨터(259%), 냉장고(130.9%), 합성수지(244.9%), 건전지 및 축전지(634.6%) 등은 증가율이 세 자릿수에 달했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대미 수입 품목 중에는 에너지원의 수입 증가세가 가팔랐다. FTA 발효 초기엔 미국산 원유수입이 없었지만 지난해 84억 달러로 급증했다. 천연가스는 발효 초기 5,000만 달러에서 48억 달러로, 액화천연가스(LPG)는 1억 달러에서 48억 달러로 늘어났다. 상대국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미국은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1위 국가이자 한국 기업의 최대 해외 투자처가 됐다.
발효 당시 가장 큰 저항감을 보였던 농축수산업의 경우에도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 측은 “한·미 FTA 발효 후 농축산물 수출액(2012~2021년 평균)은 FTA 발효 전(2007~2011년 평균) 대비 95.2% 증가했다”며 “수산물 수출액도 FTA 발효 전 대비 평균 99.4%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농축산물과 수산물 수입액은 각각 34.1%, 73.9% 증가했다.
기업들도 대체로 FTA 성과에 만족한 모습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수출입 기업 1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의 한미 FTA 인식 조사’ 결과, 한미 FTA가 기업이나 산업에 미친 영향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답변은 97.3%에 달했다. 특히 기업의 57.3%가 '관세 철폐와 인하를 통한 양국 소비자들의 이익 확대'를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김태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은 “한미 FTA 10년 동안 양국의 교역·투자·소비자 선택이 확대되는 호혜적 성과를 확인했다”며 “공급망 구축 등 양국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며 우리 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