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다"

입력
2022.03.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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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게슈탈트 심리학

20세기 초 일군의 독일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심리)이 감각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능동적으로 감각을 구성(하기도)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 현상을 그들은 '전체는 부분의 합과 다르다' 혹은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다'라는 명제로 정리했다. 가령 평면에 그어진 몇 개의 선분을 보고 입체의 정육면체를 떠올리는 건 보이지 않는 선(전체)들을 마음으로 그려낸 결과다. 그들은 자신들의 심리학을 '게슈탈트 심리학(형태 심리학)'이라고 명명했다. 독일어 '게슈탈트(gestalt)'는 '(통일적 전체로서의) 형태'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게슈탈트 심리학의 창시자로는 흔히 오스트리아 출신 학자 막스 베르트하이머(1880~1943)가 꼽힌다. 그는 스토로보스코프, 즉 움직이는 물체를 연속 촬영한 사진을 차례로 붙인 원통을 회전시키면 사진들이 동영상처럼 재생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하지만 그의 착상을 심리학의 한 분야로 이론화하고 영미 학계에 보급한 것은 1910년대 초 프랑크푸르트대학을 거점 삼아 함께 연구한 독일 베를린 출신의 쿠르트 코프카(Kurt Koffka, 1886~1941), 볼프강 쾰러(Wolfgang Koehler, 1887~1967) 모두의 업적이었다. 그들은 시각 감각이 형태를 구성하는 유사성-연속성-근접성 등 6개 원리를 이론화했고, 다양한 시각물을 통해 실험적으로 검증했고, 그럼으로써 심리학의 자연과학적 가능성을 개척했다. 이후 게슈탈트 심리학은 시지각을 넘어 인지심리학과 학습·교육이론, 시각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편 '게슈탈트 붕괴'라는 말은, 인간의 감각이 전체의 일부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이미 인지한 전체마저 잃어버리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주 익숙한 단어라도 거듭 쳐다보고 되풀이해 발음하다 보면 문득 낯설어지는 현상이 그 예다. 하지만 그건 심리 현상이 아니라 뇌 감각 뉴런의 일시적 피로 현상일 뿐이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