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이 ‘착한 암’이라고요? 수술 필요 없다고 속단하면 위험

입력
2022.03.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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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장영우 고려대 안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2019년 기준)에 따르면 전체 암 환자(25만4,718명) 가운데 갑상선암 환자는 3만676명으로 1위 암이다. 이처럼 흔한 암이지만 5년 생존율이 높아 우스갯소리로 ‘착한 암’으로 불리지만 결코 만만한 암이 아니다.

‘갑상선암 로봇 수술 전문가’인 장영우 고려대 안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를 만났다. 장 교수는 “갑상선암은 가장 흔한 암이기도 하고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려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없지 않은데,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다간 여느 암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갑상선암은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착한 암’이 맞나.

“갑상선암이 예후가 좋고 5년 상대 생존율이 100%(일반인과 생존율이 똑같다는 뜻)로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속단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미국갑상선학회에서도 암으로 진단되면 수술을 권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당장에 수술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활발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혹이 만져진 후에야 병원을 방문했기에 그 크기가 대부분 1㎝ 이상이었다. 이 때문에 수술 시행 여부에 대한 논란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초음파검사로 1㎝ 이하의 암도 쉽게 찾아내면서 암의 크기가 작고 증상도 없는데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암이 발견되더라도 곧바로 수술을 권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초음파검사를 실시하면서 추적 관찰을 하는 경우도 있다.”

-구체적으로 어떨 때 수술하지 않고 추적 관찰하나.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암 크기나 위치, 환자 상태, 상황 등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보통 암 크기가 1㎝ 미만이면서 기도나 식도, 목소리 신경 등을 침범할 만한 위치에 있지는 않고 이외에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당장에 수술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추적 관찰만 하며 경과를 지켜볼 수는 있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근처 림프절로 침범되는 경우가 많고 방치하면 혈액을 따라 폐나 뼈로 원격 전이되기도 한다. 크기가 작은 암이더라도 종양이 신경 가까이에 붙어 있거나 림프절 전이가 있다면 되도록 빨리 수술해야 한다.”

-갑상선암 수술은 고난도 수술이라는데.

“갑상선은 기도ㆍ식도ㆍ경동맥ㆍ경정맥에 둘러싸여 있어 주변 구조가 복잡하다. 이 때문에 정교한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할 때 작은 실수만 해도 잘못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합병증은 출혈ㆍ부갑상선 손상이지만 발생 확률은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칫 목소리가 이상해지거나 응급수술이 필요하기에 갑상선 수술에 정교함이 생명이다.”

-수술 후 흉터를 걱정하는 여성이 많다.

“갑상선은 목 앞쪽에 있어 수술 후 흉터가 잘 보이는 문제점이 있다. 과거에 주로 시행되던 ‘개경술(목 절개법)’은 목 중앙 피부를 4, 5㎝ 절개하므로 수술 후 눈에 띄는 흉터가 생긴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개선한 것이 ‘내시경 갑상선 절제술’이다. 수술 부위를 열지 않고 일상생활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겨드랑이 부위에 터널을 만들어 내시경 수술 장비를 넣은 뒤 모니터로 환부를 보면서 종양을 떼내는 수술이다. 개경술보다 갑상선을 확대해 볼 수 있고 겉으로 흉터가 남지 않는다. 다만 카메라 각도에 따라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고 내시경 기구의 관절이 꺾이지 않아 정밀도가 떨어진다.

내시경 수술보다 진일보한 수술이 ‘로봇 갑상선 절제술’이다. 로봇 갑상선 절제술은 내시경 갑상선 절제술처럼 겨드랑이를 작게 절개해 카메라와 로봇 팔을 넣어 수술한다. 로봇 팔이 여러 각도로 움직일 수 있고 3차원 입체 영상을 제공하기에 정밀 수술이 가능하다. 갑상선 수술의 90% 정도가 로봇 수술로 시행되고 있다.”

-선호하는 수술법이 있나.

“겨드랑이 쪽을 5㎝ 이내로 절개한 후 갑상선을 제거하는 ‘경액와 접근법 로봇 수술’이 주로 시행된다. 수술 시간이 줄어들고 통증 회복이 빨라 덜 불편하고 신경 손상이나 부갑상선기능저하증 같은 합병증도 적다. 고려대 안산병원에 최근 도입된 수술용 로봇(다빈치 SP)을 쓰면 겨드랑이를 3㎝만 절개해도 수술이 가능하다. 특히 수술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아 흉터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갑상선암 환자는 해조류를 먹을 때 주의해야 하나.

“갑상선암 환자가 특별히 주의해야 할 음식은 없다. 김ㆍ미역ㆍ다시마 등 요오드가 많이 들어간 음식이 갑상선암을 악화시킨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몸속 갑상선호르몬은 음식물로 섭취한 요오드를 원료로 만들어지는데, 갑상선 반(半)절제술을 받은 환자가 요오드 섭취를 줄이면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기에 요오드를 섭취해야 한다.

갑상선암이 진행되면 갑상선 전(全)절제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기도 한다. 갑상선세포는 요오드를 흡수하는데, 갑상선 암세포도 같은 성질을 갖고 있다. 이를 이용한 것이 방사성 요오드 치료다. 갑상선 암세포가 방사능이 붙은 요오드를 더 잘 흡수해 파괴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저(低)요오드 식이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갑상선암 환자는 요오드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암이 재발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생긴 것이다.”

-수술했는데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해야 하는 이유는.

“최근 갑상선암을 비교적 조기 진단하는 사람이 많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는 크게 줄었다. 또한 이 치료를 하기 위해 몸에 갑상선 조직이 없어야 하는데 최근 수술 범위도 많이 줄어 갑상선 반절제술을 많이 시행해 이 치료가 필요 없다.

그럼에도 갑상선암이 악화되면 수술로 눈에 보이는 암세포를 최대한 제거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까지 모두 없애긴 어렵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혹시라도 남아 있을 암세포를 없애 재발률은 낮추고 완치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또한 암이 폐ㆍ뼈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됐지만 수술하기 어려울 때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시행할 수 있고, 이 치료법은 70년간 쓰여온 것이어서 안전성도 입증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