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부동산 정책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전문가들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져 당분간 완만한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물량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5년간 전국 250만 가구 공급 △정비사업 규제 완화 △재산세와 종부세 통합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2년 유예 △생애 첫 주택 구입자 대출 규제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규제를 완화해 시장에 물량을 푸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장 물량이 크게 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민간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용적률 상향, 안전진단 면제가 시장에 호재로 작용해 집값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공급 부족이 계속돼 집값은 우상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장에 매물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 매도자들이 양도세 중과 유예 등 세금 완화 정책이 시행되길 기대하며 내놓은 매물마저 거둬들일 가능성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보유세 전면 재검토까지 언급됐으니 매도자 입장에선 지금 매물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며 "정책 변화 기대로 올해까지는 매물이 많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출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윤 당선인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 완화 공약에 대해 "7월부터 1억 원 이상 대출자는 대출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로 제한돼 소득이 낮은 사람은 대출로 도심 내 주택 마련이 쉽지 않다"며 "DSR 정책과 상충되는 부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선 이후 정책적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올해 들어 대출 규제가 심해진 데다 금리까지 올라 거래가 크게 늘긴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윤 당선인의 공약 실현에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윤 당선인이 전날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책 공백기'가 생길 여지도 있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2·4 대책을 통한 공급 계획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국회 통과라는 산도 넘어야 한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종부세 통합,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 등은 법 제·개정이 필수적이다. 특히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는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한 만큼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오는 6월 지방선거도 변수다.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가 정비사업에 반대하면 정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권대중 교수는 "시행령은 대통령이 바꿀 수 있지만 지방의회에 제정권이 있는 지방 조례로 적용되는 것도 있다"며 지방선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국 250만 가구 주택 공급이 실현된다면 집값은 결국 안정될 것으로 본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시장 안정화에 공급보다 더 좋은 정책은 없다"며 "주사 바늘이 들어갈 때 아프더라도 주사를 안 맞을 수 없듯이 잠시 가격이 오르겠지만 길게 보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