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와의 '사투'... 맨몸으로 산불에 맞선 사람들

입력
2022.03.12 14:00




수통에 남은 물 한 방울까지 아낌없이 부어보지만, 불씨는 지긋지긋하게 되살아났다. 물통을 등에 매고 간이 펌프와 갈고리, 삽까지 들고 능선을 뛰어다닌 지 벌써 9일째. 소방관은 물론, 산림청 특수진화대원과 군 장병, 지자체 공무원 등 산불 진화에 투입된 인력들은 밤낮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꺼진 줄 알았던 불씨가 밤사이 다시 살아나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통에 진화 인력의 체력은 급격히 고갈된다.

11일 기준 울진·삼척 산불의 진화율은 약 80%가량.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한 산불이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인해 강원 삼척으로 번지면서 동해안 일대를 일주일 이상 휩쓸고 있다.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기존 역대 최대규모이던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의 2만3,794㏊를 이미 넘어섰다. 주택 360여 채 등 650여 개 시설이 불탔고 4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산림당국은 산불의 주화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금강송 군락지인 소광리와 응봉산 일대에 헬기 80여 대와 산불 진화차량 280여 대를 투입한 것 외에도 특수진화대원 등 3,300여 명의 인력이 지난 1주일간 지상에서 진화작업을 해오고 있다. 한국전력을 비롯한 80여 개 단체 2,400여 명이 생업을 뒤로하고 진화 및 봉사활동에도 뛰어들었다.



산불 진화는 헬기가 다 하는 것 같지만, 지상 인력도 매우 중요하다. 주간에는 헬기가 큰불을 어느 정도 잡는다 해도, 야간에는 헬기 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력과 소방차 등 오로지 지상 진화작업만 가능하다. 그 때문에 야간 진화작업은 거센 불길을 잡기보다 확산을 저지하거나 그 속도를 늦추는 데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강원 경북의 산세가 험하다 보니 사람의 접근조차 쉽지 않아 산불진화는 더디고 진화인력들은 급속도로 지쳐갔다.

한편, 대형산불로 인해 곳곳에서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4일엔 삼척 LNG 생산기지, 5일엔 울진의 가스충전소, 8일에는 삼척의 고압 송전탑이 산불의 위협을 받았고, 긴급 출동한 소방대원과 산불진화헬기가 적극적인 방어선을 구축한 덕분에 위험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산불진화를 위한 장비 지원도 역대 최대 규모다. 전국에서 지원 온 소방차가 동해시 망상해수욕장에 집결해 있고, 산림청은 헬기 담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4만ℓ 용량의 초대형 이동 급수조를 울진 죽변면 비상활주에 설치했다. 영화 트랜스포머3에 등장하기도 한 괴물 소방차 ‘로젠바우어 판터’가 금강송 군락지를 지켜내기 위해 급파되기도 했다. 로젠바우어 판터는 현재 국내 단 7대뿐인데 이 중 5대가 울진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









홍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