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이 주말 전국적으로 내린 봄비로 기적처럼 진화되었다. 동해지역 곳곳에 산불이 시작된 지 10여일만이다. 지난 6일 울진을 찾았을 땐 불이 난 곳은 대부분 험한 산속이라, 산불 진화의 유일한 희망인 헬기들이 꿀벌처럼 쉼 없이 물을 뿌리며 위험한 비행을 하고 있었다.
산불이 난 지역 중 가장 큰불은 울진이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 금강송 군락지인 울진 소광리 숲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령이 백 년 이상 된 아름드리 소나무를 보기 위해 해마다 찾은 곳이라 가슴을 졸이며 먼발치에서 보고 있었다. 그러다 검은 연기에 가려진 해를 보았다. 아직 해가 질 시간은 아니었지만 검은 연기 속에 나타난 해는 강렬한 빛을 잃고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해가 저물면 헬기들이 동시에 진화작업을 멈춰야하기 때문에 갑자기 내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이때 물을 가득 실은 헬기 한 대가 태양 쪽으로 향했다. 오늘 산불을 진화할 마지막 비행일 것이다. 이것이 산불현장에서 본 가장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다행히 산불이 자연에 의해 진화되었지만, 그동안 땅에서 화마와 사투를 벌였던 소방관, 군인, 주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