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윤석열 당선인은 젠더 갈라치기한 적 없어"

입력
2022.03.11 15:10
이수정 전 국민의힘 선대본부 고문
"전략 통했으나 이재명엔 갸우뚱한 것"
"여성 목소리 결집한 20대 대선" 평가
"윤석열 '지금의' 여가부는 안 된다는 것
직속 위원회 설치, 계도적 효력은 지속"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고문 겸 양성평등분과 정책위원을 맡았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여성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찍으면서도 하룻밤 사이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12억 원을 기부한 뜻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심 후보가 완주만 안 했어도 이 후보가 당선됐을 것"이라며 심 후보를 공격하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심 후보는 20대 대선에서 80만3,358표(2.37%)를 얻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 후보의 표차(24만7,077표·0.73%포인트)를 크게 웃돈다.

이 교수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9일 밤사이 정의당에 12억 원의 후원금이 모인 일을 언급했다. 그는 "결국 이 후보의 선거 전략은 성공했으나 이 후보 자체가 적합한 사람인가"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런 점에서 여성 유권자들이 막판 이 후보에게 돌아선 것은 그에 대한 호감보다는 "'추적단 불꽃' 출신의 박지현 활동가를 영입한다거나 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노력들이 생각을 흔든 것 같다"고 봤다.

이 교수는 여성 유권자들이 윤 당선인과 이 후보의 박빙 구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을 "자신의 목소리를 한 번도 낸 적이 없는 젊은 여성 유권자들이 모두 결집한, 정치사에 있어서 중요한 이벤트였다"고 규정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심 후보를 공격할 때가 아니라 유권자들의 이런 마음을 헤아리고 고민할 때라는 충고를 덧붙였다.


"'지금' 여가부론 안 된다는 것... 정책 설명할 기회 없었어"

이 교수는 윤 당선인이 여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 이유로 '여성가족부 폐지' 7개 글자만이 부각된 선거전략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윤 당선인 공약집을 보면 사법공약 중 절반이 여성 정책이고 모두 여가부에서 하고 있는 일"이라고 했다. 또 "오히려 사법공약은 엄벌주의로 구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여가부 폐지 공약은 여성 혐오가 아니라 "'지금의 여가부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그는 윤 후보가 전날 밝힌 대 "그가 젠더 갈라치기한 적이 없는 건 맞다"며 여가부 폐지 공약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선 "청소년·가족과 연관된 지원 정책은 복지부 공약 안에 모두 들어 있다"고 했다. 이처럼 소관부처에 이관하고 남은 정책은 이른바 '여성 정책'들인데 "지금처럼 한 부서에서 담당하면 목소리가 크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대통령 직속 또는 총리실 산하 양성평등위원회를 둬서 계도적인 효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하도록 하고 정부가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런 정책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부를 실제 운영할 때는 이런 선거 전략에 따라 발생한 부작용들을 고려해서 극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게 통합정치"라고 했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