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문 “윤 당선인 10년 이상 끊어진 한일 정상 ‘셔틀외교’ 재개 의욕”

입력
2022.03.11 11:30


일본의 주요 조간신문은 11일 한국의 대선 결과를 크게 보도하며 윤석열 당선인을 향해 “한일 관계 개선의 호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에 둘러싸인 지역 안보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한미일 공조가 필수적이라며, 한국의 새 정부와 일본이 적극적으로 관계 복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간신문은 한국 소식을 대부분 1면에 보도하며 윤 당선인의 한일관계 관련, “과거보다는 미래” 발언을 부각시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면 톱 기사에서 이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윤 당선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과거보다는 미래에 어떻게 하는 것이 양국에 이익이 되고 양국 국민에게 이익되는지를 잘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일 관계 개선 의향을 피력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여러 면을 할애해 대선 결과를 상세히 보도했다. ‘한일은 정권교체를 외교 재건의 기점으로’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새 정부 출범을 한일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윤 당선인에게 “문재인 정권하에서 냉랭해진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적 궤도로 되돌려, 아시아 지역을 안정으로 이끄는 지도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또 “한미일 공조 체제 재건은 초미의 관심사로, 윤 당선인이 취임 후 미국 대통령, 일본 총리 순으로 만날 의향을 밝힌 것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우선 과제로는 한국 사법부의 징용 판결로 인한 일본 기업 현금화 조치 방지와 일본 측의 수출 규제조치 완화를 양국 정부가 함께 의논하는 것을 꼽았다. 사설은 “기시다 후미오 정부도 이 기회를 적극 잡아야 한다. 대화를 거듭해 문제를 푸는 외교를 하는 것이 국익”이라고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도 ‘한국 정권 교체, 대일관계 개선을 기대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추스르고 동아시아 안정을 위해 양국이 협력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설은 “북한이 핵 미사일 위협을 증대시키고 중국도 동·남중국해에서 무리한 해양 진출을 계속하는데, 문재인 정권은 북한과의 유화정책이나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중시하는 나머지 미국·일본과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당선인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한미 동맹의 역할을 중시하고 한미일 3국 공조의 의의도 인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우크라이나 위기를 맞아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진영의 결속이 요구된다”며 “한일은 같은 편에 있다는 인식 아래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한국 대통령에 윤석열씨, 한일 대화 재건의 계기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윤 당선인이 “한미 동맹을 중시하고 북핵 문제에 대응하는 한미일 공조 강화를 호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설은 “한미일 공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한일 관계 재건이 필수적”이라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일 관계가 악화한 경위를 짚었다. 이어 “관계 악화의 배경에는 양국의 역학관계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있어, 정권 교체로 곧 개선된다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 당선인은 정치 경험이 없어 역량이 미지수”이고 “국회의 여당 의석은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기시다 총리가 “정상과 소통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윤 당선인이 10년 이상 끊어진 양국 정상의 ‘셔틀 외교’를 재개하겠다고 의욕을 보인다면서 기대를 나타냈다. 신문은 “양국 외교 파이프가 막힌 것부터 해소해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대화를 거듭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