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시험 발사한 2발의 탄도미사일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이 포함됐다는 미국의 분석이 공개됐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도달 가능한 최대 사거리 ICBM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미국은 북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북한이 실제 고강도 도발에 나설 경우 한미 양국과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신중한 분석 끝에 미국 정부는 북한의 2월 26일과 3월 4일(현지시간 기준, 한국시간 2월 27일과 3월 5일) 두 번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신형 ICBM 시스템을 수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시스템은 원래 2020년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열병식에서 공개됐고, 2021년 10월 평양 국방발전전람회에서 재차 공개됐다”며 “이는 북한에 의한 심각한 긴장 고조 행위”라고 지적했다. 당시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은 ‘화성-17형’ ICBM으로 분석됐다.
이 당국자는 “미국은 이번 발사와 관련해 북한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이번 발사는 복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뻔뻔하게 위반한 것이자,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하고, 역내 안보 상황에 불안정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성명에서 “이들 시험의 목적은 미래에 완전 사거리 시험을 수행하기 전 새로운 시스템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은 올해 들어 9차례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 특히 지난달 27일에는 정찰위성 시험 발사라고 주장하며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비행고도 620㎞, 비행거리 300㎞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 5일에도 평양 인근에서 미사일을 또 쐈다. 이 미사일 역시 고도 560㎞, 거리 270㎞에 달했고, 북한은 정찰위성 개발 계획에 따른 시험 발사라고 주장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차례 시험 발사 후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평가했지만, 미국은 이날 당시 미사일 발사가 ICBM 시험 발사를 위한 전 단계라고 발표했다. 한국 국방부도 이날 미국과 같은 분석을 내놨다.
이번 한미 당국의 발표는 북한에 대한 사전 경고다. 북한이 2017년 11월 선언했던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철회하겠다고 지난 1월 밝힌 데 이어 실제 ICBM 발사 준비까지 하자 이를 묵과하지 않겠다고 미리 밝힌 것이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도 9일 성명을 내고 북한의 지난 5일 탄도미사일 시험과 관련해 서해 일대에서 정보ㆍ감시ㆍ정찰 활동을 강화하고 역내 탄도미사일 방어 대비 태세를 상향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또 재무부를 통해 11일 북한의 금지된 무기 프로그램 진전에 필요한 해외 품목과 기술 접근을 막기 위한 새로운 제재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IMD)와 관련한 인물 및 기관, 제3국의 기업 등에 대한 조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당국자는 “미국은 미 본토와 동맹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무부는 앞서 1월 북한 국방과학원 인사 5명을 포함해 북한 국적 6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기업 1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한 바 있다.
동시에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의 대화 테이블 복귀도 촉구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오로지 외교 협상을 통해서만 성공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 본인도 진지한 합의가 테이블에 있다면 김정은(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데 열려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북미 간 실무협의에 기초한 정상회담 수순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