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0일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당분간 윤호중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려 당의 혼란을 수습하고 6월 1일 지방선거를 준비하기로 했다.
앞서 송영길 대표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민들께서 우리에 대한 미움이 다 안 가셨구나 느낀다"며 "노력했지만 그래도 좀 부족했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이구동성으로 자성과 혁신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내로남불이라든가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것 등은 민주당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선 기간 내내 정권 교체 여론이 정권 유지보다 우세했고 결국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데는 부동산 가격 급등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와 함께 민주당의 오만과 위선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에 반성의 뜻을 밝힌 의원들에게 '초선 5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을 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더 적극 쇄신했더라면 이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말로만이 아니라 지도부 사퇴라는 형식적인 변화를 넘어 낡은 행태와 체질을 바꾸는 등 당을 근본에서 개혁하지 않고서는 떠난 민심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이 변하려면 '586'으로 불리는 당내 세력의 청산 없인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민생 현안과 정치개혁 등 여러 과제를 대선 패배를 핑계로 유야무야한다거나 책임은 없고 권위만 앞세운 172석으로 새 정부 발목 잡기식 정치 싸움에 골몰해서도 안 된다. 심기일전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유권자의 심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