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되는 거예요?"
"우울하네요."
"짐 싸야 할 판인지, 갈기갈기 찢어지는 건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10일 여성가족부 내부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애써 담담하게 표정관리를 한다지만, 분위기는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가부 폐지론'이 불거진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가부 폐지는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거론된 데다, 당선 소식과 함께 20대 남성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들에선 벌써부터 "다른 건 몰라도 여가부 폐지는 꼭 지켜라" "여가부 폐지 전격적으로" 같은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어서다.
일단 이명박 정부 때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인 2008년 여가부를 여성부로 축소하면서 보육·가족 업무를 떼어 보건복지부에다 넘겼다. 하지만 복지부에서 '업무 과중' 목소리가 나오자 2010년 다시 이 업무를 여성부로 넘기면서 '도로 여가부'가 됐다.
하지만 그때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라는 예상도 있다. 윤 당선인은 여가부 폐지를 여러 차례 공언하면서 "여가부를 없애는 대신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를 신설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현재 여가부의 세 축이 △여성정책 △가족 △청소년인데, 부처 신설이 추진된다면 가족과 청소년 관련은 새로운 부처가 안고 갈 수도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와 분위기가 달라서 이번엔 여가부가 인수위원회에조차 끼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남는 건 여성정책 부분인데, 이는 경력단절 여성 지원이나 성폭력 피해자 보호 같은 업무다. 윤 당선인의 공언대로 여가부가 없어진다면 고용노동부나 법무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크다. 한 여성계 관계자는 "여가부 내에서도 여성정책의 비중은 7% 수준이라 다른 부처에 가면 완전히 뒷전으로 밀리게 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성평등 기조 자체를 버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여가부 폐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예상도 나온다. 부처를 없애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에서 통과가 쉽지 않다.
여기다 여성계의 반발에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정부의 등장을 막기 위해 2030여성들이 총집결했다는 해석도 부담이다.
당장 이날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030 여성이 성평등 정책 후퇴를 막기 위해 선거 막판 강력하게 결집한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한다"며 "구조적 차별 몰이해에 기인한 여가부 폐지 공약은 반드시 폐기돼야 하며, 민주주의와 성평등 가치에 기반한 국정철학을 세우고 구조적 차별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도 원래는 여가부 폐지를 추진했다. 그럼에도 결국 여성부로 남긴 것은 여성단체들과 당시 야당이던 통합민주당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