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은 '역대급 초박빙 대선'이라는 예측을 재확인했다. 9일 오후 7시 30분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47.8%,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48.4%를 득표할 것으로 예측됐다. 종합편성채널 JTBC의 출구조사에선 이 후보가 48.4%, 윤 후보는 47.7%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두 조사는 모두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 '깜깜이 기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선 것을 감안할 때, 예상외 결과였다.
두 후보가 사상 초유의 혼전을 벌인 것은 최대 부동층으로 꼽혔던 2030세대 여성, 수도권 표심이 '깜깜이 선거' 이전(이달 2일 이전 실시) 조사와 비교할 때 큰 폭의 변화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 중 누구도 '최대 승부처' 수도권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서 급부상한 '젠더 이슈'로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표심이 확연히 갈린 것도 특징이다. 20대 여성 표심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아닌 이 후보 지지로 쏠리면서, 이 후보가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여성 표심을 싹쓸이했다.
상반된 20대 남녀 표심은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윤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와 무고죄 처벌 강화 등 젊은 남성을 겨냥한 정책을 적극 제시했다. 반면 이 후보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민주당 소속 전직 광역단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에 고개를 숙였고, "여성안심 대통령이 되겠다"며 막판 젊은 여성 표심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두 후보의 이 같은 전략은 출구조사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20대 이하 남성에서 윤 후보는 58.7%의 압도적 지지로 이 후보(36.3%)를 따돌렸고, 30대 남성에서도 윤 후보는 52.8%로 42.6%에 그친 이 후보를 앞섰다. 윤 후보의 젠더 갈라치기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이다.
역효과도 나타났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이 후보가 여성들의 선택을 받으면서다. 20대 여성에서 이 후보가 58.0%로, 윤 후보(33.8%)를 24.2%포인트 차로 따돌렸는데, 40대 여성에서도 이 후보 60.0%, 윤 후보 35.6%로 24.4%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두 후보 사이에서 막판까지 고민하던 여성들이 '노골적인 남성 구애' 전략을 편 윤 후보 대신 이 후보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연령별로 윤 후보는 60대 이상에서, 이 후보는 전통적인 콘크리트 지지층인 40대와 50대에서 각각 우세했다. 다만 20대는 남녀 표심이 갈리면서 이 후보는 47.8%, 윤 후보는 45.5%으로 박빙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남녀를 합산한 20대 표심은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서왔던 것과 다른 결과다.
10일 2시(개표율 82.6%) 기준 득표율은 윤 후보가 48.69%, 이 후보가 47.74%였다. 개표 시작 6시간 30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1%포인트 안팎의 접전을 펼쳤다.
개표율이 50%가 되기 전까진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밀렸다. 윤 후보가 개표 초반 힘겨운 싸움을 한 건 전체 유권자 절반이 몰린 수도권에서 이 후보가 예상보다 선전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2시 기준 서울에서 4.97%포인트 앞섰지만, 이 후보의 정치적 터전인 경기와 인천에선 각각 4.28포인트, 1.36포인트 뒤처졌다.
정치권에선 현 정부 들어 집값 폭등의 영향이 가장 컸던 수도권 표심이 '정권교체'를 외친 윤 후보로 결집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수도권에서의 두 후보 격차는 크지 않았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17%포인트 차이로 따돌린 것을 감안하면 윤 후보의 득표율은 아쉬운 수치다. 이 후보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에 대한 거듭된 사과와 파격적인 주택 공급 확대 공약이 성난 부동산 민심을 누그러뜨리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또다른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꼽힌 충청에선 이 후보를 밀어내며 승리 가능성을 높였다. 오전 2시 기준 윤 후보는 충북에서 51.06%, 충남에서 51.29%를 기록해, 44.78%, 44.77%씩을 얻은 이 후보를 앞섰다.
윤 후보는 전통적 보수 텃밭인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75.35%, 73.08%를 얻어 21.46%, 23.54%를 얻은 이 후보를 크게 따돌렸다. 다만 사실상 양자 구도로 치러졌던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80%을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줄어든 수치다. 대구·경북(TK) 민심이 경북 안동 출신인 이 후보를 냉정하게 외면하진 않은 셈이다.
반면 호남에서 30%대 득표를 자신했던 윤 후보는 광주와 전북, 전남 모두 10% 초반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선거 막판 전격적으로 이뤄진 야권 단일화로 위기감이 커진 민주당 지지층이 이 후보로 강하게 결집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