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승' 장담했던 국민의힘, 예상 밖 '초박빙' 출구조사 결과에 당혹

입력
2022.03.0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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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는 짧았고 표정은 떨떠름했다. 9일 오후 7시 30분 방송3사(KBSㆍMBCㆍSBS)와 JTBC 출구조사를 지켜본 국민의힘 관계자들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 묻어났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넉넉히 앞설 것으로 기대했건만, 1%포인트 미만 격차의 초박빙 승부라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얼어붙은 상황실... "왜 진다고 하느냐" 항의도

일제히 10초 카운트다운을 외치던, 들뜬 목소리는 일순 “오!”하는 외마디 탄성으로 바뀌었다. 윤 후보가 48.4%로 이 후보(47.8%)에 0.6%포인트 신승을 거둘 것이란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 일단 안도하는 박수가 나왔지만, 이내 그쳤다. 심지어 바로 옆 JTBC 화면에서 윤 후보가 47.7%로 이 후보(48.4%)보다 0.7%포인트 낮은 득표율을 올릴 것이란 패배 예측을 목도한 직후 장내에는 찬물을 끼얹은 듯 정적만 흘렀다.

맨 앞줄에 포진한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의 반응은 더 싸늘했다. 본투표 전까지 10%포인트 차 낙승을 예상했던 이준석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중계 화면만 쳐다봤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팔짱을 풀지 않았고,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간간이 한숨 소리만 새어 나오는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JTBC는 왜 이기는 것을 진다고 하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자축하려 '붉은색 점퍼'까지 맞춰 입었는데...

국민의힘은 압도적 승리를 자신했다.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직전 ‘박빙 우세’였던 판세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 후 윤 후보로 확 기울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당선을 염두에 둔 듯 이날 오전엔 이양수 선대본 수석대변인이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내일 오전엔 (윤 후보가) 현충원을 참배한 뒤 대국민 기자회견을 할 것 같다”면서 당선인 첫날 일정까지 밝혔다.

상황실 분위기도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훨씬 전부터 달아올랐다. 당 청년보좌역들은 오후 6시 삼삼오오 상황실로 모여들어 환한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 역시 일찌감치 도착해 서로 “수고했다”는 덕담을 건넸다. 이 대표와 권 본부장은 보자마자 와락 껴안기도 했다. 의원들이 일제히 붉은색 선거 점퍼를 맞춰 입고 등장한 것도 승리 세리머니에 대비한, 사전 약속이었다.

말 아낀 지도부... "尹, 담담하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지역별ㆍ세대별 출구조사 결과가 공표되는 내내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에서 윤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타나자 잠깐 반색했지만, 경기 지역에서 다소 뒤지는 결과를 보고선 곧바로 가라앉았다. 호남 득표율 목표치를 30%로 내걸고 각별히 공을 들였던 이 대표는 15%를 넘기지 못한 이 지역 예측 결과를 보며 “최고치이긴 한데…”라고 말을 흐렸다.

오후 8시 30분 주요 관계자들이 대거 자리를 뜨면서 상황실 1, 2열은 텅 비었다. 취재진과 만난 권 본부장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지상파 출구조사 (득표율이) 낮지만, 그래도 이긴 걸로 나와서 (다행으로 생각한다)”면서 “윤 후보는 (자택에서) 담담하게 개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쏟아지는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곧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본관 당대표실로 걸음을 옮겼다.

강유빈 기자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