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바로 보기 | 4부작 | 15세 이상
부부는 서로에게 다감하다. 둘 다 무직으로 프랑스에서 산다. 아내 수전(올리비아 콜먼)은 프랑스 문화를 사랑한다. 남편 크리스(데이비드 슐리스)는 그런 아내의 취향을 존중한다. 부부의 생활은 궁핍하다. 크리스는 직업을 구하려 하나 서툰 프랑스어 실력이 발목을 잡는다. 영국인인 둘은 프랑스에 온 지 15년이 됐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대목이다. 크리스는 빈곤을 견디다 못해 런던에 사는 의붓어머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들이 이국에서 군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더한다. 의붓어머니는 크리스의 부탁과 달리 경찰에 신고한다.
런던 경찰은 수사대를 지방도시 맨스필드에 급파한다. 수전 부모의 집 뒷마당에서 시신 2구를 찾아낸다. 언론이 들썩인다. 수전과 크리스는 소명을 하겠다며 자진해서 런던으로 향한다. 반드시 살인죄로 기소하겠다는 강력반의 전의가 두 사람을 기다린다.
수전은 변호사의 권유로 묵비권을 행사하다 사건 전말을 밝힌다. 홀로 부모를 만나러 갔다가 어머니가 아버지를 총으로 살해했고, 자신이 우발적으로 어머니를 총으로 쏘게 됐다고. 크리스는 1주일 후 맨스필드에 함께 왔다가 이 사실을 알고 시신을 유기하는 것만 도왔다고. 하지만 경찰은 수전과 크리스가 재산을 노리고 범죄를 공모한 후 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여긴다.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수전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했다. 수전은 어머니가 묵인한 후 방치했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해 우발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고 주장한다. 크리스는 수전의 말에 동조한다.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게 된 이유는 외롭고 힘겨운 시절을 겪어서라고도 말한다. 수전과 크리스의 주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정상을 참작할 만한 가해자다. 어떤 면에서 둘은 피해자일 수 있다.
수사팀은 확실한 물증이 없다. 부부가 범죄를 치밀하게 준비했을 정황과 심증만이 있다. 검사를 설득하고 배심원의 판단까지 차지하려면 치밀한 논리로 부부의 허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크리스는 한동안 이색 취미가 있었다. 수사팀은 이를 결정적인 논거로 활용하려 한다.
드라마는 수전과 크리스를 일방적으로 악인 취급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상세히 들여다보려고 한다. 두 사람의 애절한 사연을 종종 소개하며 그들의 주장이 맞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형적인 스릴러이나 새로운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거친 입자의 화면이 흑백과 섞이며 긴장감을 빚어낸다. 의문에 싸인 사건이 있었던 날을 재구성하는 장면 등에서 연극 요소를 도입한 점이 인상적이기도 하다. 게리 쿠퍼 주연의 서부영화를 특히 좋아했던 수전의 취향을 반영한 후반부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