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우크라 전투기 지원 제안에...美·獨 '난색' 표명

입력
2022.03.0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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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 "너무 위험" 제안 거절
올라프 숄츠 독 총리도 "전투기 공급은 신중해야"
공군 지원 시 군사 개입 간주한 러, 확전 우려한 듯
대신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어 포대 2개 폴란드 배치

폴란드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자국이 보유한 소련제 전투기를 미국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측은 "너무 위험한 판단"이라며 폴란드의 제안을 일축하는 대신 폴란드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하기로 했다. 독일도 같은 제안에 "전투기 지원은 신중해야 한다"고 거절했다.

8일(현지시간) 폴란드 외무부는 자국 공군이 운용하던 28대의 소련제 미그(MiG)-29 전투기를 미국에 즉각 인도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 전투기들을 독일의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폴란드가 전투기를 미군에 인도한 뒤 미군이 우크라이나군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폴란드가 전투기를 미국을 통해 간접 제공하는 것은 러시아의 보복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군 지원은 전쟁에 개입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폴란드는 자국 보유 전투기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대신 미국에 “이에 걸맞은 작전 능력을 갖춘 중고 항공기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미그-29기를 넘기면 그 대가로 미국이 보유한 F-16 전투기를 제공해 군사력 공백을 메워줄 수 있을지 미국 정부에 타진한 바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6일 “미국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보낼 경우 (폴란드 군사력)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8일 "폴란드의 제안은 설득력이 있지만 매우 위험하다"며 "현재로선 해당 제안의 실질적인 근거가 없다"며 거절했다. 미국 측의 거절에 폴란드는 독일에도 이 같은 제안을 했지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날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경제적,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투기 공급 등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고 사실상 거절했다.

우크라이나는 개전 초기부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에 전투기를 지원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러시아의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자국 조종사들이 추가적 훈련 없이도 바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소련제 미그-29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폴란드가 미그-29기를 지원해도 큰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공군 전력은 전투기의 기체 성능이 매우 중요해 단순히 양적으로 보충하는 것으론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AP통신은 “미그-29기 지원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제공되는 미그-29기는 숫자가 많지 않고, 현재 러시아가 가동하는 전투기에 비해 성능이 떨어져 쉬운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전투기 대신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 동맹국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유럽에 주둔하고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어 포대 2개를 폴란드에 파견해 폴란드에 있는 미군과 폴란드 및 기타 동맹군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어 포대를 폴란드에 보내는 것은 폴란드와 미국 내에서 (러시아의 확전에 대한)두려움이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