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 원유 가스 금수...'최후 최강 제재 카드' 꺼냈다

입력
2022.03.09 01:27
바이든 대통령, 러시아산 원유 가스 수입 금지 발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주 가까이 이어지면서 미국이 최후이자 최강 러시아 제재 카드까지 꺼냈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러시아 원유, 가스, 에너지의 미국 수입 금지 방침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 경제의 주요 동맥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한다"며 "우리는 러시아산 원유, 가스, 에너지 수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고 말했다.

또 "이는 러시아 원유가 더 이상 미국 항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인들이 푸틴의 전쟁 기계에 또 다른 강력한 타격을 가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3대 산유국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 비중이 40%를 차지하고, 원유 역시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 원유 제재에 앞장서면서 러시아는 또 하나의 자금줄이 묶이고 경제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다만 세계 원유 공급량의 11%를 차지하는 러시아 원유 공급이 순차적으로 막힐 경우 국제유가 급등과 '오일 쇼크'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산 원유 금수 카드를 꺼내는 데 고민이 많았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할 경우 러시아의 최후 돈줄을 죄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미국 내 유가도 급등해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은 3%, 휘발유와 디젤유까지 포함할 경우 8% 정도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멈추지 않고 민간인 피해까지 커지면서 미국이 원유 금수 카드까지 꺼낸 셈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 이후 러시아 경제 전반에 제재를 가해왔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ㆍ스위프트) 결제망 퇴출, 러시아 금융자산 80% 보유 은행 제재, 첨단기술 수출 통제,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의 미국 내 자산 동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주요 기업ㆍ측근 개인 제재 등을 실시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