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82대 투입했지만… 금강송 군락지 결국 '뚫렸다'

입력
2022.03.08 16:59
8면
진화율 65% "산불 장기화 불가피"전망
방어선 구축·진화 작업에도 능선 넘어
불줄기 60㎞·범위 넓어 장기전 가능성

경북 울진군 산불이 닷새 동안 이어지면서, 산림당국이 최후 방어선까지 설정하며 필사적으로 사수해 온 금강송(金剛松) 군락지가 일부 화재 영향을 받았다. 산림청은 진화 헬기 82대를 투입해 금강송 군락지 방어에 총력을 쏟았으나, 워낙 거센 바람과 건조한 날씨 탓에 일부 군락지를 불길에 내줘야만 했다.

불줄기 60㎞로 방대... 송진이 기름 역할

최병암 산림청장은 8일 오후 현장지휘본부 브리핑을 통해 "화선(불줄기)이 금강송면 소광리의 소나무 군락지 능선으로 약간 넘어온 상태"라며 "오전에 군락지로 불똥이 튀어 진화작업을 했고 큰 피해는 없다고 봤지만, (나중에) 화선이 산 능선부를 넘어왔다"고 말했다.

산불은 6일에도 금강송 군락지 쪽으로 뻗으며 최중요 산림자원 중 하나인 금강송을 위협했으나, 당시 산림당국은 필사적인 야간 작업을 벌이며 숲을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다시 불이 군락지 쪽으로 번지며, 일부 방어선이 뚫리게 된 것이다.

산림당국은 이날 울진에 군 헬기를 투입하고 강릉·동해에 있던 헬기 20대까지 추가 배치, 총 82대의 헬기로 공중 진화에 나섰다. 헬기 대부분을 불길이 센 서쪽에 집중 배치했고 군락지에 불길이 번지자 추가로 헬기를 투입했다.

하지만 확산 지역이 워낙 넓고 불줄기가 60㎞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거대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 지역 수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나무는 수분이 적어 잘 타는데다 나무에서 분비되는 끈적끈적한 송진이 기름 역할을 하며 불꽃을 더 키우고 있다.

1959년 국내 유일의 육종보호림으로 지정된 금강송 군락지는 수령 200년 이상 금강송 8만 5,000여 그루가 자라는 곳이다. 금강송은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때 숭례문을 복원하는 작업에 활용됐을 만큼 목질이 우수한 나무다. 금강송 군락지는 조선시대부터 왕실이 직접 관리해 한국 전통 소나무의 원형이 가장 잘 유지되고 있다.


열흘 이상 이어지는 장기전도 염두

4일 산불이 시작된 울진 지역에서는 닷새째 불길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며칠간 고강도 진화작업을 멈추지 않은 대원들의 피로도가 매우 높아진 상태다. 이날 오전 경북 영덕군에서 온 산불진화대원 1명이 불을 끄다가 산 위에서 떨어진 돌에 맞아 오른쪽 허벅지와 어깨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애초 이날 중에 큰 불을 잡는다는 계획을 세웠던 산림당국은 진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최 청장은 "2000년 동해안 산불이 10일간 이어졌고 마지막 날 비가 오면서 진압됐다"며 "진화 시점을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비 예보가 있는 13일 이전에 주불을 끌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울진 산불 진화율은 65% 수준이다. 강릉·동해 산불은 주불은 끈 상태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울진 산불의 피해 면적은 1만6,913㏊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주택 275채가 불에 타는 등 시설물 414곳이 피해를 입었다. 또 주민 279명이 울진읍 국민체육센터 등에 대피해 있다.

경북도는 울진군 북면 덕구리 덕구온천리조트에 이재민을 분산하고 친인척 집에 사는 이재민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또 1주일 안에 상하수도 시설을 갖춘 임시주택을 조성하고, 장기적으로는 영구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마련하기로 했다.

울진= 김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