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 산불이 닷새 동안 이어지면서, 산림당국이 최후 방어선까지 설정하며 필사적으로 사수해 온 금강송(金剛松) 군락지가 일부 화재 영향을 받았다. 산림청은 진화 헬기 82대를 투입해 금강송 군락지 방어에 총력을 쏟았으나, 워낙 거센 바람과 건조한 날씨 탓에 일부 군락지를 불길에 내줘야만 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8일 오후 현장지휘본부 브리핑을 통해 "화선(불줄기)이 금강송면 소광리의 소나무 군락지 능선으로 약간 넘어온 상태"라며 "오전에 군락지로 불똥이 튀어 진화작업을 했고 큰 피해는 없다고 봤지만, (나중에) 화선이 산 능선부를 넘어왔다"고 말했다.
산불은 6일에도 금강송 군락지 쪽으로 뻗으며 최중요 산림자원 중 하나인 금강송을 위협했으나, 당시 산림당국은 필사적인 야간 작업을 벌이며 숲을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다시 불이 군락지 쪽으로 번지며, 일부 방어선이 뚫리게 된 것이다.
산림당국은 이날 울진에 군 헬기를 투입하고 강릉·동해에 있던 헬기 20대까지 추가 배치, 총 82대의 헬기로 공중 진화에 나섰다. 헬기 대부분을 불길이 센 서쪽에 집중 배치했고 군락지에 불길이 번지자 추가로 헬기를 투입했다.
하지만 확산 지역이 워낙 넓고 불줄기가 60㎞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거대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 지역 수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나무는 수분이 적어 잘 타는데다 나무에서 분비되는 끈적끈적한 송진이 기름 역할을 하며 불꽃을 더 키우고 있다.
1959년 국내 유일의 육종보호림으로 지정된 금강송 군락지는 수령 200년 이상 금강송 8만 5,000여 그루가 자라는 곳이다. 금강송은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때 숭례문을 복원하는 작업에 활용됐을 만큼 목질이 우수한 나무다. 금강송 군락지는 조선시대부터 왕실이 직접 관리해 한국 전통 소나무의 원형이 가장 잘 유지되고 있다.
4일 산불이 시작된 울진 지역에서는 닷새째 불길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며칠간 고강도 진화작업을 멈추지 않은 대원들의 피로도가 매우 높아진 상태다. 이날 오전 경북 영덕군에서 온 산불진화대원 1명이 불을 끄다가 산 위에서 떨어진 돌에 맞아 오른쪽 허벅지와 어깨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애초 이날 중에 큰 불을 잡는다는 계획을 세웠던 산림당국은 진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최 청장은 "2000년 동해안 산불이 10일간 이어졌고 마지막 날 비가 오면서 진압됐다"며 "진화 시점을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비 예보가 있는 13일 이전에 주불을 끌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울진 산불 진화율은 65% 수준이다. 강릉·동해 산불은 주불은 끈 상태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울진 산불의 피해 면적은 1만6,913㏊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주택 275채가 불에 타는 등 시설물 414곳이 피해를 입었다. 또 주민 279명이 울진읍 국민체육센터 등에 대피해 있다.
경북도는 울진군 북면 덕구리 덕구온천리조트에 이재민을 분산하고 친인척 집에 사는 이재민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또 1주일 안에 상하수도 시설을 갖춘 임시주택을 조성하고, 장기적으로는 영구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마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