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원유 제재가 몰고 올 충격 대비해야

입력
2022.03.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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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8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의 러시아 석유금수 조치가 계기다. 미국 상·하원에서는 여야 모두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폭격 등 침략 응징조치로 러시아산 원유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하원은 이르면 8일(현지시간)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국제유가는 즉각 배럴당 139달러(브렌트유)까지 치솟고, 7일 다우 및 나스닥지수는 각각 2.37%, 3.62% 급락했다.

미국은 그동안 에너지제재를 미뤄왔다. 러시아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지만, 서방 역시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유럽 에너지난 등 심각한 부작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화협상을 통한 사태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공세가 되레 격화함에 따라 미국이 주도하고 유럽 등 동맹국이 참여하는 ‘최후의 제재’에 나서게 된 셈이다.

다만 독일 등은 유럽 에너지 파동을 우려해 석유금수에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조치는 일단 미국 단독, 또는 영국 등 일부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그것만으로도 지난해 세계 석유 소비량의 10%, 유럽 가스 소비량의 40%를 공급한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을 위축시킴으로써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파다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석유금수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석유금수는 ‘오일쇼크’를 부르고,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한다. 코로나19로부터 가까스로 회복세에 들어간 글로벌 경기까지 다시 둔화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을 부를 수도 있다. 에너지원과 교역의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의 체질상 유가·물가·환율 등 3중 충격이 단기간 내 증폭되며 위기상황이 조기에 닥칠 수도 있다. 단숨에 1,250원 선까지 치솟은 환율만 봐도 심상찮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중장기 다국적 총력전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대비해 경제 비상계획을 검토할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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