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4)이 프로야구 역대 최고 대우를 받으며 친정팀 SSG로 돌아왔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3년 만에 KBO리그로 올 시즌 전격 복귀하는 것이다.
SSG는 8일 세인트루이스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김광현과 4년 총액 151억 원(연봉 131억 원, 옵션 20억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역대 프로야구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종전 최고액은 지난해 12월 FA 계약을 통해 NC에서 KIA로 이적한 나성범과 2017년 롯데와 계약한 이대호가 받은 150억 원이었다. 김광현은 계약금 없이, 연봉과 옵션 두 항목만으로 최고액을 기록한 것이다.
또 SSG 추신수가 세운 역대 최고 연봉액도 갈아치웠다. 김광현이 옵션 20억 원 모두 받을 경우 연봉은 37억7,500만 원이며 옵션을 제외하더라도 보장액은 32억7,500만 원에 달해, 추신수가 지난 시즌을 마치고 계약한 27억 원을 넘어선다.
김광현은 팀이 임시 결번으로 둔 자신의 등번호 29번을 달고 9일부터 팀 훈련에 합류한다. 김광현은 “KBO리그 최고 대우로 가치를 인정해줘 오래 고민하지 않고 빠르게 결정을 하게 됐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하루빨리 팀에 복귀해 SSG가 올 시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개인적인 꿈을 위해 해외로 진출했을 때 팬들의 성원과 응원, 격려가 큰 힘이 됐다”며 “이제는 감동을 돌려드릴 준비를 하려 한다. 팬 여러분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기쁨의 함성을 지르는 그 날을 생각하며 오늘부터 치열한 경쟁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광현은 2007년 SK(현 SSG)에 입단, KBO리그에서 2019년까지 13년 동안 136승 77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하며 4차례(2007년, 2008년, 2010년,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김광현은 SK와 계약이 1년 남은 2020시즌을 앞두고 구단의 허락을 얻어,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이뤘다. 빅리그에선 지난 2년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0승 7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97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겼고, FA로 풀리면서 이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빅리그 구단과 선수노조 간 새 단체 협약이 무산되면서 직장폐쇄가 이어졌고, 급기야 개막까지 연기됐다. FA계약도 중단돼 김광현의 이적도 불투명한 상태였다. SSG는 이런 김광현을 설득해 협상을 마무리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닷컴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그 정도 규모의 계약은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김광현은 불확실한 상황을 마무리하고자 SSG를 택한 것으로 보이며 직장폐쇄 여파에 따른 메이저리거의 미국 밖 이적 첫 사례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광현의 복귀는 내년 KBO리그에 도입되는 샐러리캡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샐러리캡은 2021년과 2022년 외국인 선수, 신인을 제외한 구단 내 연봉(연봉·옵션 실지급액·FA 연평균 계약금) 상위 40명 평균 금액의 120%에 달하는 금액을 상한선으로 정하고 있다. 상한선을 초과하는 구단은 벌금과 신인 지명권 하락 등의 제재를 받는다. 이 때문에 김광현이 추후 복귀를 결심하더라도 SSG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선사하기 어렵게 된다.
SSG는 이미 샐러리캡 도입을 대비해 지난해 12월 비FA 선수인 박종훈(5년간 65억 원), 문승원(5년간 55억 원), 한유섬(5년간 60억 원) 등과 다년 계약을 하며 구단 연봉을 높인 상태다. 김광현이 포함되면서 SSG의 팀 연봉(신인·외국인 선수 제외)은 183억7,900만 원으로 뛰어올라 10개 구단 중 압도적인 1위다.
김광현의 복귀로 SSG는 단숨에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외국인 투수 이반 노바, 윌머 폰트에, 김광현이 더해지며 리그 최강 선발 마운드를 구축하게 됐다. 타선은 이미 지난 시즌부터 추신수가 합류하며 팀홈런 1위(185개)에 오르는 등 리그 상위권을 이뤘다. 류선규 SSG 단장은 “김광현의 복귀로 외국인 투수들과 함께 안정적인 선발투수진을 갖추게 됐다”며 “4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빅리그 경험을 보유한 김광현이 투수진의 구심점이 돼 팀 전력 상승에 많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