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국무회의에서 “여성가족부가 관장하는 업무 하나하나는 매우 중요하고 더욱 발전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였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 시점과 수위는 오해를 살 만하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여가부 폐지’ 공약을 발표하는 등 부처의 존폐 여부는 선거 쟁점화돼 있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이 공론화한 이래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처음으로, 아무리 세계여성의날이라고 해도 선거 전날 민감한 쟁점에 대해 발언한 것은 논란을 부를 소지가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여가부는) 결코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아니다” “정부 전체 예산의 0.24%에 불과한 매우 작은 부처”라고도 했다. 윤 후보가 “성인지 예산 30조 원 중 일부만 떼도 북핵 위협을 안전하게 막아낼 수 있다”고 한 발언을 에둘러 반박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여가부 존폐 문제로 상징되는 여성정책을 놓고 이번 선거의 캐스팅보터로 여겨지는 20·30대 남녀 상당수가 상반된 입장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대선 이후 공론장에서 논의되는 게 적절하다.
문 대통령은 호남지역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이던 지난달 24일 전북 군산을 방문하고 김부겸 국무총리가 대구를 방문했던 28일에는 경북 영천의 육군3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하는 등 여당 후보를 지원하는 듯한 행보로 논란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초박빙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선거불복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공정하고 안전한 선거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던 대통령이 오히려 선거 개입 논란을 자초한 건 신중하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