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위협에서 구하라" '사드·공중급유기'...동유럽 군사력 증강 서두르는 美

입력
2022.03.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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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국방, 미군 800명 유럽 추가 배치 명령
우크라이나 지원 대전차·대공 미사일 2만 기
패트리엇·사드 방어망 동유럽 제공 검토 중


‘동유럽을 러시아 군사 위협에서 구하라.’

미국이 우크라이나 간접 군사 지원과 동유럽 최전선 국가 군사력 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주 가까이 이어지는 사이 2만 개 가까운 미사일이 우크라이나군에 전달됐다. 또 미군 병력은 물론 공중급유기가 유럽에 추가 배치되고, 패트리엇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시스템 동유럽 제공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유럽 회원국을 넘보는 상황을 미리 제어하겠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다른 나토 회원국이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가 대전차 미사일 1만7,000개, 스팅어 대공 미사일 2,000개에 달한다고 밝혔다며 미 CNN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무기들은 러시아군 탱크와 헬기의 진격을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미군 병력 500명과 KC-135 공중급유기 등의 전투자산을 유럽에 추가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또 폴란드와 루마니아에는 항공지원작전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유럽 병력 배치 초기 지원 병력 등 추가 파병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며 “이 부대들은 이미 전개된 부대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추가 배치 결과 유럽 주둔 미군은 기존 병력에다 순환 배치 병력, 추가 병력을 합해 10만 명에 달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 후 미 본토에 있던 최정예 육군 제82공수사단 병력 3,000명 추가 배치부터 시작해 F-35 전투기와 아파치 공격 헬기 등을 동유럽에 전진 배치해왔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도 지난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수송 허브인 동유럽 국가 미공개 비행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미국은 물론 14개 국가의 우크라이나 지원용 무기가 들어가는 통로를 점검, 군수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동유럽 동맹국 미사일 타격이나 공습 가능성 대비 차원에서 패트리엇과 사드 방공시스템 제공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이미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배치된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에 더해 추가 방어망 구축으로 러시아의 위협을 벗어나려는 의도다.

동유럽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7, 8일 발트해 구소련 3국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연쇄 방문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세 나라의 안보 걱정이 커지는 가운데 블링컨 장관은 “(만약 나토가 공격을 받는다면) 나토 영토 모두를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집단방위 원칙을 명시한 나토 조약 5조도 재확인했다.

에드가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외무장관은 이날 블링컨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 후 라트비아에 미군 병력 영구 주둔도 촉구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다음 타깃으로 구소련에서 분리된 발트해 3국을 노릴 것이라는 우려가 이 지역에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남서부 국경과 맞닿은 몰도바 역시 친(親)러 분리주의 세력이 힘을 얻고 있어 제2의 우크라이나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6일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과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몰도바 영토가 완전하게 보전돼야 한다는 원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챙겨야 할 동유럽 숙제가 계속 늘어나는 분위기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