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원자잿값...'산업의 쌀' 글로벌 철강가격도 줄줄이 상승

입력
2022.03.08 17:30
건설·조선 등 제조업계 원가 관리 비상

글로벌 철강회사들이 철강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각국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수요가 늘어난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철강 원자재 가격이 뛰자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다. 철강 가격이 오르면서 건설·자동차 등 제조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수요 느는데 공급은 빠듯…철강사들 과감히 가격 인상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중국에서 유통되는 열연강판 가격은 톤당5,162위안(약 100만9,300원)으로 최근 한 달 동안 5.9%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열연강판은 가장 기본이 되는 철강제품으로, 전 세계 철강 생산량 1위인 중국의 가격은 철강 시황의 지표로 통한다. 중국에서 철강제품 가격이 뛰자 같은 기간 한국에서 유통되는 열연강판 가격도 7.1% 상승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철강사들은 철강 가격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만9,000원에 이어 이달 추가로 3만1,000원을 인상해 톤당 철근 기준가격이 102만2,000원이 됐다. 일본 최대 철강사인 일본제철은 자국 완성차업체 도요타와 자동차용 강재 공급단가를 지난달 하반기에 이어 올해도 2만 엔(약 21만4,000원) 올리는 데 합의했다. 유럽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은 최근 열연코일(HRC) 가격을 톤당 180유로(약 24만1,700원) 인상했다.

글로벌 철강 가격이 요동치는 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여파다.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적인 수요 증가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추세였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자 원자잿값에 불이 붙었다. 철광석과 연료탄은 최근 석 달 동안 각각 52%, 72% 급등해 지난 4일 기준 톤당 159달러와 560달러를 기록했다. 연료탄 가격은 처음으로 500달러대에 진입했다.

니켈은 톤당 2만8,919달러로 1주일 새 19% 오르며 2008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아연은 톤당 4,051달러로 조만간 역사적 고점이었던 2006년(4,515달러) 수준을 가뿐히 넘어설 걸로 전망된다. 니켈은 건축용 외장재 등에 쓰이는 스테인리스강의 필수 재료이며, 아연은 철강 제품을 도금할 때 사용된다.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주요 비철금속 회사들이 감산에 돌입한 터라 니켈 등 가격 강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 2위 철강 수출국인 러시아의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고, 원자재 가격도 뛰어 철강가 인상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 US스틸 주가가 2018년 이후 최고치를 찍는 등 글로벌 철강사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물 건너간 가격 인하…조선 "수익 악화될까 걱정"

철강 가격이 뛰면 조선·자동차·건설 등 제조업계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조선업계와 상반기 후판 가격을 두고 연초부터 협상 중인데, 아직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이어질 건설, 자동차업계와의 철강 가격 협상 역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주 낭보가 이어지는 상황인데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뛰면 수주 효과가 상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