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를 따로 투표하게 한 대선 사전투표에서 혼란이 속출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 7일 이틀간 세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기관 또는 중앙선관위원 일동 명의로 유감을 표했을 뿐, 노정희 선관위원장이나 사무처 업무를 총괄하는 김세환 사무총장의 사과는 없었다.
노 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국민에게 사과 말씀을 할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도 묵묵부답했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달 9일 확진ㆍ격리자의 투표시간 연장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나와 “(한 투표소에 찾아오는) 확진자 인원을 40명으로 가정하더라도 1시간이면 투표 관리가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사전투표 당일 일부 투표소에 확진ㆍ격리자 수백 명이 몰려 판단 실수가 드러났지만 그 역시 입을 닫았다.
이날 중앙선관위는 전체 회의를 열어 9일 본투표에서는 확진ㆍ격리자도 일반투표소에서 투표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회의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재차 ‘노 위원장 등의 사과가 예정돼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으나, 김재원 선거국장은 “공보 담당에 문의해 달라”고만 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 공보팀은 본보 질의에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두 사람의 계속된 침묵은 이들을 책임자로 지목한 정치권 및 시민사회의 요구와 배치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들은 전날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해 “즉각 책임 있는 인사의 대국민 대면 사과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한 발 더 나아가 노 위원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또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노 위원장과 김 사무총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다만 노 위원장이 임박한 본투표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말을 아꼈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부실한 사전투표 관리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일단 본선거 대책 마련에 집중하겠다”면서 “다른 말씀은 다음 기회에 드릴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통상 중앙선관위원장이 본투표 전날(8일) 내놓는 대국민 담화에서 유감을 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