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본투표 개선책, 추호의 혼란도 용납 안 된다

입력
2022.03.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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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7일 긴급 전원회의를 열어 9일 대선 본투표 때는 코로나19 확진자·자가격리자들이 다른 유권자들 투표가 끝난 오후 6시 이후 일반 기표소에서 기표해 직접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5일 사전투표 때 비밀투표 침해 논란을 일으킨 별도 기표소와 바구니 투표함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왜 진작 이런 대비를 하지 않았는지 만시지탄이다. 또 정부는 선거지원 차관회의를 열어 경찰 7만여 명을 투입, 경비와 투표함 운송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추가로 세부사항을 꼼꼼히 검토해 구체적 지침을 마련하고 유권자들에게 알려야 하며 유·무효 판정 등 개표 후까지 계속될 논란에도 대응해야 한다.

선관위가 할 일은 아직 남아 있다. 오후 6시 전후 자가격리자와 그 외 투표자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통제하는 일, 참관인 등 현장 인력의 감염을 막는 일, 유권자들을 정확히 안내하도록 선거사무원을 교육하는 일 등이다. 또 사전투표 때 신원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건넸다가 대기시간이 길어져 그냥 되돌아간 일부 자가격리자들이 9일 투표가 가능한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투표는 하지 않았지만 투표용지가 발급된 경우 이미 투표를 한 것으로 간주될 텐데, 선관위의 관리 소홀로 유권자가 권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미 기표됐다가 재배포된 투표용지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선거 부정은 없었다 해도 헌법적 권리인 참정권이 침해되고 선거 불신을 초래한 선관위의 책임은 지울 수 없다. 이미 시민단체들이 검찰에 고발해 수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투표소당 투표함을 1개만 두도록 한 공직선거법을 따랐다고 해명했으나 유권자가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도록 한 법규는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사 진행과는 별개로 유권자의 헌법적 권리를 보장해야 할 책무를 방기한 데 대해 노정희 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노 위원장은 선거 후 사퇴가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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