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체조 선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지하는 듯한 표식을 달고 국제대회 시상대에 올라 파문이 일고 있다. 그것도 우크라이나 선수와 나란히 선 시상식이어서 전 세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체조 월드컵 평행봉 시상식에서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선수들이 나란히 메달을 획득해 시상대에 올랐다. 이날 금메달은 일리아 코브툰 우크라이나 선수가 받았고, 은메달은 밀라드 카리미 카자흐스탄 선수, 동메달은 이반 쿨리아크 러시아 선수에게 돌아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현재 국제사회가 우려와 공포 분위기 속인 가운데 두 나라의 선수가 나란히 시상대에 선 모습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시상대에선 경악할 만한 장면이 포착됐다. 동메달을 획득한 전 주니어 챔피언 출신 쿨리아크 러시아 선수가 가슴에 'Z'라고 써 붙인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하얀색 테이프로 붙인 듯 선명하게 보인 'Z' 표식에 세계 언론은 깜짝 놀랐다. BBC는 "러시아 체조 선수 쿨리아크가 우크라이나 선수 옆에 서서 국가 전쟁 상징물을 착용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AFP도 "쿨리아크가 유니폼에 'Z' 표시를 새긴 채 시상대에 올랐다"며 화들짝 놀랐다.
쿨리아크가 새긴 Z 표식은 러시아어로 승리를 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상징하는 의미다. 우크라이나에서 포착된 러시아의 탱크와 군용 차량에도 이 표시가 붙어 있다. 그런데도 쿨리아크는 버젓이 가슴에 Z를 달고 시상대에 올랐다. 그것도 우크라이나 선수 옆에 나란히 서서 메달을 받아 충격 아닌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장면은 곧바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쿨리아크의 동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국제체조연맹(FIG)은 이날 "쿨리아크의 충격적 행동에 따라 체조윤리위원회에 징계 절차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주말 경기는 러시아와 러시아 침공에 협력한 벨라루스 체조 선수들이 경쟁할 마지막 기회였다고 BBC가 전했다. FIG는 7일부터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선수, 임원 및 심판은 FIG 대회 또는 FIG 승인 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모든 대회를 취소했다.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각 스포츠 국제기구와 연맹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의 국제 대회 출전 제한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따르는 국제기구나 연맹은 많지 않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은 11월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러시아에 대해 솜방망이 수준의 징계를 내려 질타를 받고 있다. '월드컵 퇴출'이 아닌 국가명, 국기, 국가 사용만 금지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