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로 대선까지는 단 하루. 판세는 여전히 혼미하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여론조사 공표가 지난 3일부터 금지된 것은 혼미함을 더한다.
여론의 '온라인 광장'인 포털사이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세 대선후보'를 점쳐보려 했으나, 짙은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이름은 네거티브 이슈와 딱 붙어 있는 탓에 빅데이터로도 유권자들의 선호도나 투표 의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단면인 셈이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이달 3~6일 사이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검색량 추이를 보면, 평균 검색량에서 윤 후보(73)가 이 후보(61)를 앞섰다. 네이버에서 검색량이 가장 많은 날을 100으로 놓고 상대적인 검색량 추세를 비교한 수치로, 대중의 관심을 윤 후보가 더 많이 받았다는 의미다.
윤 후보에 대한 관심은 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을 때 최고 수치(100)를 기록했다. 그러나 윤 후보에게 얼마나 호재일지는 판별하기 어렵다. 100이라는 수치 안엔 단일화 찬성 여론과 반대 여론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관심=표심'으로 단정하는 것도 무리다.
이후 이 후보와 윤 후보에 대한 관심도 격차는 다시 줄었다. 6일 네이버 검색량은 윤 후보(46)와 이 후보(46)가 같았다.
같은 기간 구글 이용자의 검색 횟수를 수치화한 구글트렌드에선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평균 검색량에서 이 후보(62)가 윤 후보(56)를 앞섰다. 3일 검색량은 후보 단일화 효과로 윤 후보(89)가 이 후보(86)보다 많았으나, 이후 이 후보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올라갔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7일로 기간을 늘려 봐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윤 후보, 구글은 이 후보에 대한 검색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네이버는 통상 보수 지지층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빅데이터에서도 명확한 '대세 후보'는 없었던 셈이다.
빅데이터 분석은 정치권에서 여론 추이를 살피는 보조 도구로 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열세였으나 빅데이터에선 관심도가 높았고, 결국 승리했다. "미우나 고우나 관심도가 표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무관심보단 낫다"는 이론은 이때 만들어졌다.
이번 대선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가뜩이나 비호감도가 높은 데다 네거티브 경쟁에 열을 올리면서 대중의 관심이 온통 '네거티브 이슈'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두 후보의 이름을 검색하는 유권자의 유인이 특정 후보를 찍으려는 표심인지, 반감인지, 아니면 단순 호기심인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의 진짜 주인공은 이 후보나 윤 후보가 아닌 두 후보가 연루된 '리스크'"라며 "각종 리스크와 관련한 팩트 체크 양이 많다는 것을 호감도와 연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구글트렌드에서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7일까지 두 후보와 연결된 인기 연관 검색어를 보면, 긍정어보다 부정어가 많았다. 이 후보는 '기축통화' '옆집'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윤 후보는 '어퍼컷' '인 이어' '소 가죽' '무당' 등과 함께 검색된 빈도가 높았다. 두 후보의 실언·실책과 관련된 단어들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두 후보의 리스크에 따라 빅데이터의 추이까지 출렁인 대선"이라며 "검색량이 많으냐, 적으냐보다 유권자의 표를 얻을 만한 긍정적인 이슈를 주도했는지가 더 중요한 만큼 빅데이터로 승자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