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가 가파르게 확산하면서 진해 군항제 등 주요 봄꽃 축제가 3년 연속 취소됐다. 정부의 잇따른 방역 완화 조치로 올해는 특히 대면 행사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터라 상인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7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창원시는 오는 26일부터 4월 4일까지 개최 예정이던 제60회 진해 군항제를 취소했다. 진해군항제는 이충무공 승전행차, 군악의장 페스티벌, 진해루 해상 불꽃쇼, 여좌천과 경화역 벚꽃 군락지 등 다양한 볼거리로 해마다 300만 명 이상이 방문해 1,000억 원이 넘는 경제파급효과를 내는 국내 최대 봄꽃 축제다. 당초 창원시는 특례시 승격 원년과 진해군항제 60주년을 기념해 방역대책과 함께 축제 개최 방향에 대해 고심해 왔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와 축제 취소를 권고하는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결국 취소로 가닥을 잡았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친 시민과 얼어붙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축제를 준비해 왔으나 최근 오미크론 확산세로 심사숙고 끝에 취소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하동에서 개최되는 화개장터 벚꽃축제와 북방 딸기축제도 열리지 않는다. 하동군은 비대면 방식의 행사 개최를 검토하기도 했으나 오미크론 확산세를 고려해 취소를 결정했다.
울산 울주군도 이달 말 개최 예정이던 '울주 작천정 벚꽃축제'를 취소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300명 안팎으로 다소 안정적이던 울산지역 코로나 확산세가 이달 들어 연일 5,000명대를 넘어선 탓이다. 군 관계자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축제를 취소하기로 했다"며 "주민과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결정한 사항인 만큼 벚꽃길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산 원동매화축제 역시 올해까지 3년째 볼 수 없다. 양산시는 감염병 확산 방지와 시민안전을 위해 매년 3월 중순 열리던 매화축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시는 이맘때 함께 개최하는 배내골고로쇠축제와 원동미나리축제도 취소한 바 있다.
잇따른 축제 취소에 상인들은 그야말로 울상이다. 양산시 원동면에서 미나리 농사를 짓는 김모(54)씨는 "농산물은 한철 장산데 축제가 취소되면서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방역은 계속 완화하면서 축제만 유독 취소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딸기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박모(48)씨도 "이맘때면 보통 하우스 한 동에 300명씩 들어가 체험을 했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각종 방역 규제로 60명 정도만 수용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최근에는 축제 취소가 잇따르면서 체험객들의 발길이 뜸하다"고 하소연했다. 군항제 행사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62)씨는 "축제를 취소해도 사람들이 온다고는 하지만 이전 대비 30%도 안 된다"며 "무조건 취소하기보다 안전하게 개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