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보약’ 먹고 급성장 중인 조규성... K리그 득점 1위 존재감 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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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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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K리그 3년 차인 조규성(24ㆍ김천 상무)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해 벤투호 승선 이후 과감한 슈팅과 연계 플레이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자신감까지 더해져 K리그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황선홍, 황의조 등 전통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평가다.

조규성은 지난 6일 김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4라운드 홈경기에서 리그 2·3호골을 연달아 터뜨렸다. 2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3-2 승)에서 시즌 첫 골을 넣은 데 이어 팀의 초반 2승을 챙기는 데 크게 공헌했다.

2019년 FC안양에서 프로에 데뷔한 조규성은 전북 현대로 이적하면서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2020시즌을 보낸 뒤 2021시즌을 앞두고 군 입대를 결정했다.

입대 후 조규성은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188㎝의 큰 키를 가졌지만 포스트 플레이가 약점으로 꼽혔던 그는 ‘벌크업’에 성공하면서 수비수와의 경합 능력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여기에 지난해 9월 생애 처음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아 A대표팀에 다녀온 뒤 확실히 한 단계 올라섰다. 슈팅과 연계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조규성은 11월을 기점으로 벤투호의 주전 공격수로 성장했고 1월 레바논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대표팀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앞장섰다.

조규성은 “경기장 안에서 전보다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생각하고 반응이 나오니까 볼을 잘 지킬 수 있는 것 같다”며 “지난해 처음으로 A대표팀에 다녀온 뒤 자신감이 많이 올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상승세는 K리그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시즌 초 득점랭킹 공동 1위에 올랐고, 슈팅(17개) 부문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조규성은 원톱 역할에만 치우치지 않는다. 그는 힘과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를 끊임없이 압박하며 수비 시에는 깊숙이 내려가 팀을 도우며 왕성한 활동량을 뽐내고 있다.

자신감도 부쩍 늘어 장신 수비수들과의 경합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또 강하게 패스된 볼도 트래핑으로 부드럽게 돌려놓는다. 수비에 둘러싸여 막혔을 때는 개인기로 돌파를 시도했고 침투하는 동료를 향해 스루패스로 좋은 기회도 자주 만들었다.

특히 FC서울과의 경기에서 후반 13분 터뜨린 선제골은 공을 받기 전의 절묘한 움직임, 그리고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도 파고든 슈팅 궤적이 일품이었다. 최근 물오른 컨디션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날 김천이 시도한 10개의 슈팅 중 6개를 책임진 조규성은 이를 모두 유효슈팅으로 연결시키는 엄청난 슈팅 정확도를 선보였다.

김태완 김천 상무 감독은 “조규성은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니다. 누가 보나 안 보나 자신의 미래를 잘 준비했던 선수”라면서 “앞으로 더 기대되는 선수다. 대한민국에 정말 좋은 선수가 하나 나왔다"고 극찬했다.

조규성의 활약은 3월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을 앞둔 벤투호에도 희소식이다. 이미 본선행을 확정 지은 한국이지만 월드컵 조 추첨에서 유리한 포트를 차지하기 위해 이란전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규성은 13일 인천전에서 연속골에 도전한다. 그는 “A대표팀을 다녀온 뒤 동계훈련에 늦게 합류했다”며 “한 경기씩 더 좋아지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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