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는 나오지 않는 진짜 정치가 있다

입력
2022.03.07 19:00
25면

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누구에게나 잘 말하지 않는 비밀이 있다. 나에게는 대학에서 정치를 전공했다는 사실이 그렇다. 전공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 핵심 과목은 하나도 듣지 않고 졸업했다는 게 자랑 아닌 자랑인데, 그런 내가 만 39세 이하 '젊치인(젊은 정치인)'을 발굴하고 유권자와 연결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한다니. 똑똑했던 동기들은 다 어디 가고 내가 여기 있나 싶다. 이전까지 나는 영리 기업에서 매력적인 콘텐츠와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을 했다. 지금은 정치를 더 기대하기 위해서 '젊치인'이 많아져야 한다고 설득하는 일을 한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서 정치는 골치 아픈 주제다. 친구들은 정치를 생각하면 나이 많은 어른들이 양복 입고 앉아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어쩌다 이들과 대화를 한다면? 내 이야기를 듣기보다 상대편을 비판하는 데만 급급할 것 같아서 꺼려진다고 했다. 정치는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고 누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참여하는지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지는 의사 결정의 과정이다. 정치를 권력다툼으로 오해하게 만든 이들로부터 진짜 정치의 의미를 뺏어 오고 싶다.

우리가 찾은 힌트는 신문이나 뉴스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 활동가에서 구의원으로 커리어를 전환한 대전광역시 유성구 의원 황은주는 '조금 더 빠르게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황은주는 1인 가구를 위한 안심 방범 키트를 지원하고 플로깅을 함께하며 새로운 방식의 공동체를 만든다. 그 바탕에는 1인 가구가 미완성 상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온전한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관점이 담겨 있다.

전라북도 전주시의원 서난이는 '누가 월 100만 원만 그냥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대학원생이었는데, 누군가는 이런 고민을 조금 덜 했으면 한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주목한 건 미취업 상태에 놓인 청년들의 건강 문제였다. 전주시에서부터 이들이 직장 보험 없이도 무료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했고, 이 정책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가정에서 전업으로 아이를 돌보는 주부까지 새롭게 국가 정책의 울타리로 들어왔다.

서울특별시 관악구의원 이기중은 쉬는 날에는 종종 배달 라이더로 일하며 빠르게 변하는 미래의 일자리에 필요한 새로운 노동법을 고민하고 서울특별시 도봉구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이력이 있는 김재섭은 비혼, 동거 커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도 똑같이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만들겠다고 했다. 이들을 만나고 돌아올 때면 조금은 가벼운 마음이 들었다. 이미 내가 보여 주고 싶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정치인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고 싶어 고민하는 건 시민으로서도 처음 느껴 보는 감각이다.

이들의 정치는 나의 삶을 존중하고 깎아내리지 않는다. 나와 같은 입장에서 10년 뒤 나의 일과 삶, 사랑과 관계, 공동체와 우정, 휴식과 건강을 위해 정치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각자의 답을 제시한다. 이들의 정치는 힘을 얻는 것에만 급급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책임과 권한, 영향력을 누구를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언어학자 김성우는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라는 책에서 '바벨탑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놓는 말'의 중요성을 말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더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그 힘을, 자신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다리를 놓는 방향으로 써야 한다고 읽었다. 나의 삶을 존중하고 내 일상의 문제로 다리를 놓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더 많이 보여 주고 싶다.


곽민해 뉴웨이즈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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