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로 번지는 산불… 울진·삼척 '특별재난지역' 선포

입력
2022.03.06 16:43
울진·삼척서만 여의도 43배 면적 잿더미
'사상최악' 2000년 산불 피해규모에 접근
강릉·동해·대구 등 전국 14곳 산불 잇따라

4일 경북 울진군에서 시작해 강원 삼척시까지 번진 산불로 6일까지 1만2,695㏊(추정)의 산림이 불탔다. 서울 여의도 면적(290㏊)의 43배가 넘는 넓이인데, 피해 면적 기준으로 2000년 4월 동해안 5개 지역에 걸쳐 발생한 산불(약 2만3,794㏊) 이후 최대 규모다. 바람이 여전히 거세고 대기마저 건조해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어, 피해는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날 울진과 삼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4일 울진군 북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울진과 삼척에서 사흘째 번지고 있다. 발화 첫날 순간 초속 25m가 넘는 강한 바람을 타고 삼척으로 치고 올라갔던 불길은 다음날 바람 방향이 남쪽으로 바뀌면서 다시 울진 쪽으로 돌아섰다. 6일까지 울진에서만 주택 263채 등 시설이 불탔고, 울진ㆍ삼척 지역 주민 6,522명이 대피했다.


건조한 대기와 강한 바람이 확산 부추겨

건조한 대기와 강한 바람 등 날씨의 영향으로 소방당국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피해는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해당 지역에 건조 경보와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 비 예보도 일주일 후인 13일에나 예정돼 있어, 기상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는 상황이라 피해가 얼마 동안 이어질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역대 최악으로 평가되는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은 8일 동안 이어졌고, 최대 피해액(1,291억 원)을 안긴 2019년 4월 강원 고성·강릉·인제 산불도 3일간 이어졌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후 5시 브리핑에서 "울진 산불의 화선은 60km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며 "현재 진화율은 40% 정도"라고 밝혔다. 당국은 울진·삼척에만 54대의 헬기와 4,300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화재 범위가 너무 넓은 데다 다른 지역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대 4번째 산불 재난지역 선포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울진과 삼척을 방문해 산불 진화 상황을 보고받고,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이재민을 만난 문 대통령은 "정부가 나서서 바로 도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서 국가가 직접 나서서 복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울진과 삼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대형 산불로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한 것은 2019년 4월 강원 고성·강릉·인제 산불,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 2005년 4월 강원 양양 산불 등 3차례 있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 복구비 중 지방비 부담분의 50~80%가 국고에서 지원한다. 또 일반재난지역에 주어지는 국세납부 예외, 지방세 감면 등 17가지 이외에도 건강보험·전기·통신·도시가스요금·지방난방요금 감면 등 12가지 조치가 추가된다.

4일부터 6일까지 울진·삼척 이외에도 강원 강릉·동해시, 부산 금정구, 대구 달성군, 경기 안산시, 경남 산청군, 울산 울주군 등 전국에서 16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화해 동해로 번진 불은 이날 오후 4시까지 1,994ha의 산림과 주택 62채 등의 시설을 태울 정도로 피해가 컸다. 울진·삼척 이외 지역의 경우, 산불 진화 후 피해 상황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이뤄질 예정이다.


김성환 기자
울진= 김정혜 기자
강릉= 박은성 기자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