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금강송군락지 500m 방어선 지켜라" 소방당국 '비상'

입력
2022.03.06 17:00
바람 잦아들자 집중 진화작전
200년 넘은 노송만 8만 그루

경북 울진 산불이 금강송 군락지의 500m 거리까지 타들어가면서 소방당국이 사수 작전에 돌입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산불 사흘째인 6일 오전 울진군 죽변면 현장지휘본부 브리핑에서 "현재 화선 범위가 경남 합천·경북 고령 산불의 18배 면적이나 될 정도로 넓다"며 "우선 진화 지점은 울진읍 고성리이고, 그 다음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금강송군락지가 있는 소광리"라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이에 따라 이날 일출 후 헬기 51대와 소방 및 군부대 인력 5,400여 명을 동원해 집중 진화에 나섰다. 이날은 바람이 잦아든 데다 날씨도 화창해 진화에 도움이 됐다.

소방 관계자는 "오후에는 집중 진화작업으로 금강송 군락지 방향으로는 산불이 번지지 않고 있다"며 "이곳에 집중된 소방인력을 신림리 쪽으로 전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쯤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산불은 당초 강한 바람을 타고 북동쪽인 강원 삼척 방향으로 번졌다. 5일에는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남쪽으로 확산됐다. 이에 따라 6일 아침에는 2,247㏊에 이르는 소광리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의 500m 근처까지 산불이 번졌다.

보호구역에는 수령이 200년 넘은 노송 8만 그루와 수령이 520년인 보호수 2그루, 수령 350년 미인송, 지름 60㎝가 넘는 금강송 1,600여 그루 등 1,000만 그루가 넘는 다양한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한국전쟁 때도 포화가 비켜간 이곳은 1959년 육종보호림으로 지정된 뒤 47년간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곳이기도 하다.

금강송은 조선 시대에 임금의 관을 짜던 소나무로 2008년 2월 화재가 난 숭례문 복원 재료로도 쓰였다. 울진군은 2015년 이곳 행정명칭을 서면에서 금강송면으로 바꾸기도 했다.

한편 소광리 일대 금강송은 2010년부터 곳곳에서 하얗게 집단 고사하는 현상을 보여 당국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소광리 주민 전모(66) 씨는 "금강송면 일대가 사실상 금강송 군락지"라며 "국가 자산인 금강송 군락지가 잿더미가 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울진= 류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