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는 등 같은 자세를 유지할 때가 많다. 오랫동안 동일한 자세를 취하면 다리가 붓고 아프게 된다. 이를 다리 근육 문제로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다리 혈관 문제일 수 있다.
안형준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앉아 있거나 누워있을 때는 증상이 없다가 움직이거나 걸을 때만 통증이나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면 하지동맥폐색증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했다.
하지동맥폐색증은 동맥경화로 하지 동맥이 막혀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질환이다. 초기 증상이 척추 디스크 질환과 매우 비슷해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혈관 문제를 알게 되는 환자도 많다.
조진현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통증 형태는 비슷하지만, 발생 양상은 다르다”며 “자세와 상관없이 통증과 당김 증상이 나타나면 척추 질환을 의심할 수 있고, 평소에는 괜찮지만 걸으면서 통증이 시작되면 하지동맥폐색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2008~2012년 2,044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한국인의 말초동맥 질환 유병률은 4.6%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말초동맥 질환 위험 인자는 나이가 10살 증가할 때마다 1.9배, 고혈압 1.6배, 심혈관 질환 2배로 나타났다”며 “심각한 만성질환이 있거나 오랜 기간 흡연을 해온 50대라면 가벼운 다리 통증도 지나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동맥폐색증은 다리에 통증이나 경련이 발생해도 휴식을 취하면 금방 좋아져 단순히 무리한 것으로 생각해 지나칠 때가 많다. 방치하면 다리 온도가 차갑고 발가락 색깔이 검으며 발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막힘이 더욱 심해지면 괴사되고 1년 이내 50%가 다리를 자르게 된다. 다리 절단까지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지만, 진단은 동맥경화 협착 검사로 쉽게 가능하다. 누운 상태에서 양팔과 양다리 혈압을 동시에 측정해 발목에서 잰 혈압이 팔에서 잰 위팔 혈압보다 10% 이상 낮으면 하지동맥폐색증을 의심할 수 있다.
동일한 자세뿐만 아니라 기름진 식습관, 흡연과 음주로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나이가 들수록 종아리 근육이 줄어 혈액을 힘 있게 펌프질을 하지 못하므로 발끝까지 돌아야 하는 피가 막히거나 한곳으로 몰린다.
이때 다리에 피를 공급하는 장골동맥(복부 대동맥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골반 내에 위치한 큰 동맥)에 동맥경화로 혈전이 생기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장골동맥폐색증’이 생길 수 있다.
장골동맥폐색증은 척추관협착증, 허혈성 대퇴 골두 괴사증과 증상이 비슷하다. 그러므로 엉덩이 부위로부터 허벅지 쪽으로 이어지는 근육에 통증이 느껴지는데 엉덩이관절과 척추 부위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이 질환을 의심해 살펴봐야 한다.
질환 초기에는 엉덩이ㆍ허리ㆍ엉덩이관절 부위가 아픈 정도이지만 방치하면 피가 통하지 않은 부위의 말단 조직이 썩게 돼 절단하게 된다.
말초동맥 질환은 혈관이 많이 막히지 않은 초기에 발견하면 항혈소판제, 혈관확장제 등 약물 치료와 콜레스테롤 관리를 위한 식습관, 생활 습관 개선으로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 병원을 찾으면 50% 이상 혈관이 막혔을 때가 많다. 막힌 부위가 길어도 수술 위험성이 낮으면 본인 정맥이나 인조 혈관을 이용해 우회 수술을 진행한다. 그러나 혈관 질환 환자는 만성질환을 동반할 때가 많아 수술로 인한 합병증 가능성이 높아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시술은 국소마취 후 풍선확장술(혈관에 풍선을 넣고 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이나 스텐트삽입술(혈관에 그물망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시술)을 시행한다. 최근 죽종절제술(혈관 내벽을 깎아 넓히는 시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흡연은 혈관을 좁게 만들므로 반드시 금연한다.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강화한다.
□엘리베이터ㆍ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하지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ㆍ흡연 등 위험 요인이 있으면 정기검사를 한다.
□기름진 음식을 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