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베팅한 개미들...러 ETF 상폐 가능성에 '망연자실'

입력
2022.03.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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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일 종가부터 순자산가치 '0원' 추락 위험
지수산출이 불가능한 경우,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 
7일부터 거래 정지… 거래소 "상폐 여부 검토 중"

“총성 울릴 때 샀더니 상장폐지 맞게 생겼습니다.”

러시아 증시 반등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위기에 놓였다. 글로벌 주요 금융지수에서 러시아가 퇴출되면서 이를 추종하는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순자산가치가 ‘0원’으로 추락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상폐 사유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주식도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될 위험에 노출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INDEX 러시아MSCI ETF(합성)는 전 거래일 대비 29.97% 폭락한 1만7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러시아 ETF가 떨어질 수 있는 최대 한도인 가격제한폭(하한가)까지 하락한 것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시장안정 등을 위해 오는 7일부터 러시아 ETF의 매매거래를 정지하기로 했다.

러시아 ETF의 폭락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서 러시아가 퇴출되면서 시작됐다. 애초 러시아 ETF는 러시아 신흥국 지수가 아닌 다른 MSCI 러시아 지수(MSCI Russia 25% Capped Price Return Index)를 추종했기에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MSCI는 전날 러시아 ETF를 운용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 “MSCI 모든 지수 내 러시아 주식에 대해 0.00001 가격을 적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통보했다. 이는 더 이상 러시아 ETF에 대한 지수산출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은 MSCI 측에 "러시아 ETF에 대해 예외적용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공시를 통해 “상품 잔존가치가 0에 수렴할 가능성이 있고, 상폐 우려가 존재한다”며 “추격매수 등을 자제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상폐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관련 온라인 게시판에는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개인들은 그간 러시아 금융자산 투자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 러시아 ETF를 집중적으로 매수하는 행보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될수록 매수 규모를 늘리는 식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파병을 결정한 지난달 22일 개인은 러시아 ETF를 20억 원 사들였는데, 이는 러시아 ETF가 2017년 3월 상장된 이후 최대 개인 순매수 규모였다. 개인은 지난 21일부터 전날까지 러시아 ETF를 280억 원 순매수했다.

현재로선 러시아 ETF의 상폐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코스피 규정에 따르면, '지수를 산출할 수 없거나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등이 발생하면 ETF 상폐 사유에 해당된다. MSCI 통보에 따라 러시아 ETF의 순자산가치는 오는 9일 종가부터 ‘0원’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게다가 상폐가 되면, 러시아 ETF의 잔존가치 역시 0원에 수렴할 수 있어 돌려받는 금액 역시 극히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종가 기준 러시아 ETF의 시가총액은 190억 원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규정상 지수산출이 불가한 경우 상폐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며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결정되면 즉시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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