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에게 미리 보내는 편지

입력
2022.03.07 00:00
26면

편집자주

21세기 당파싸움에 휘말린 작금의 대한민국을 200년 전의 큰 어른, 다산의 눈으로 새로이 조명하여 해법을 제시한다.
새 대통령,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머슴
대선승리에 도취할 시간 없어
임인년, 국가대개혁의 '임인경장'이뤄야

이제 당신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머슴입니다. 지구 면적의 0.07%, 세계인구의 0.7%에 천연자원 하나 없는 나라였지만 2조 달러에 달하는 GDP를 만든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세계 면적을 축구경기장에 비유한다면 우리의 면적은 감독이 앉아있는 벤치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광부로, 간호사로, 원양어선 선원으로, 목숨을 내 걸고 세계를 누비며 개척자들이 일궈놓은 성과입니다. 이제 당신 앞에는 세계 5위권 진입이라는 보이지 않는 짐이 놓여있습니다. 비록 정치는 4류였지만 경제 1등을 만든 주인공은 온 국민입니다.

마차의 마부는 10m 앞을 바라봐야 합니다. 경제라는 초고속 자동차를 마련해줬음에도 정치의 운전자는 겨우 10m 앞의 좌 또는 우만 보며 운전해왔습니다. 임인년, 대한민국은 거문고의 여섯 줄을 모두 새것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선거기간 느꼈을 것입니다.

승리의 기쁨에 흥분할 여유가 없습니다. 곧바로 하드파워 중심의 대한민국을 소프트파워 중심으로 바꾸는 임인경장(壬寅更張)에 매진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정치개혁입니다. 국회와 정당을 봉사하려는 자에게는 천국이요 누리려는 자에게는 지옥과 같이 만들어야 합니다. 세습적 양당제, 5년 단임의 배타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국민이 환자라면 매 5년마다 새로운 의사가 기존 처방전을 깡그리 무시하고 새로운 처방을 내려왔습니다. 국민은 매번 또 다른 약물에 내성이 깊어만 갈 뿐입니다.

둘째, 교육입니다. 리의 교육은 더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게 하는 교육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태어나면 어딘가에 일자리가 있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일자리를 만들 줄 아는 교육으로 목표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손재주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산업경제에서 상상을 혁신으로 만드는 혁신경제에 걸맞은 교육으로의 목표전환이 필요합니다. 열에 아홉이 K팝스타, 스포츠스타를 꿈꾸는 아이들 만으로는 세계 5대 경제 대국에 진입할 수 없습니다.

셋째, 창의력을 꽃피우는 새로운 경제를 지향해야 합니다. '국가는 왜 망하는가'의 저자는 창의적인 제도에서 그 답을 찾고 있습니다. 원료를 제품으로 만드는 지난 50년의 경제 우등생이 지금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상상을 혁신으로 만드는 디지털경제입니다. 좋은 특허와 기술은 200개 국가의 국경선을 관통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제인들은 이미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넷째, 1조세(兆歳) 시대를 맞아 생명과학입국을 선언해야 합니다. 2050년 세계인구 100억,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열립니다. 다 합치면 1조세입니다. 1973년 중화학입국, 83년 정보통신입국이 지난 50년간 우리 경제를 지탱해왔습니다. 최근 5년간 ICT산업의 무역흑자가 대한민국 전체 흑자의 두 배인 1,500억 달러였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추격해오고 있습니다. ICT산업의 3배에 해당하는 의료, 제약, 식품산업을 망라한 생명과학입국을 빨리 선언해야 합니다.

다섯째, 위험을 감수하는 금융입니다. 융자의 물로 가득한 풀장이 아니라 투자의 물이 넘치는 금융이라야 합니다. 위험을 회피하는 융자중심의 금융에서는 젊은이들이 도전할 수 없습니다. 부력이 없기 때문에 수영에 미숙한 자들은 익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기술로 무장한 금융인들이 혁신적 마인드로 무장한 젊은이들을 알아보는 투자금융의 눈을 가져야 그들이 도전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의 평균 IQ는 107로 작년에 세계 1위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총알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면 녹슬어갈 뿐입니다. 당신의 정부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겁 없이 방아쇠를 당기게 하는 기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윤종록 한양대 특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