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신뢰의 문제인데, 어떻게 담보할 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함께 성공한 정부를 만드는 게 안 후보 미래를 보장하는 것 아니겠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3일 0시쯤 서울 논현동의 한 빌라에서 마주앉은 윤 후보와 안 대표 사이엔 ‘불신의 강’이 흘렀다. 협상과 결렬의 반복으로 앙금이 잔뜩 쌓인 터였다. 대선까지 불과 엿새가 남은 이상 '밀당'을 계속할 여유가 없었다. 2시간 30분간의 대화 끝에 두 사람은 “함께 성공한 정부를 만들어보자”며 손을 맞잡았다.
윤 후보와 안 대표는 2일 밤 10시 마지막 TV토론을 마치고 헤어진 뒤 약 2시간 만에 다시 만났다. 양측 단일화 물밑 채널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도 함께였다. 장소는 장 의원 매형인 성광제 카이스트 교수의 집. 성 교수는 안 대표 부부와도 가까운 사이다.
꽁꽁 언 분위기를 녹인 건 누군가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 네 캔이었다. 윤 후보가 “이렇게 모였는데 ‘짠’ 한 번 하자”며 건배를 제안했고, 맥주캔을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극적 협상이 시작됐다.
대화는 안 대표가 준비한 질문지를 보며 묻고 윤 후보가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안 후보는 '진정성'을 따졌고, 윤 후보는 안 대표를 안심시키려 애썼다. 다음은 참석자들이 전한 두 사람의 대화.
▶안 대표= “이제껏 (단일화하면서) 약속도 해보고 각서도 써봤는데 정치판에선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윤 후보= “맞다. 종이쪼가리가 뭐가 필요하겠나. 나를 믿어달라. 나도 안 대표를 믿겠다. 같이 헌신해서 새 정부를 성공시키자. 그 열매는 임기 5년인 대통령보다 안 대표가 더 많이 가져갈 거다. 그걸로 담보가 안 되겠나."
▶안 대표= “성공한 정부는 어떻게 만들 건가."
▶윤 후보= “나는 유능한 사람이다. 한 번도 일 못하는 검사인 적 없었다.”
▶안 대표= "내가 돕더라도 결국 주체는 윤 후보 아닌가."
▶윤 후보= “나는 결정이 빠르지만, 혼자 결정하진 않는다. 국정 운영도 그렇게 하겠다. 합당 문제도 맡겨달라.
2일 밤까지 단일화는 회생이 어려워 보였다. 불씨를 살린 건 장제원ㆍ이태규 의원. 지난달 27일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에도 긴밀히 소통해온 두 사람은 2일 오후 9시쯤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만났다. 토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윤 후보와 안 대표에겐 미리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단일화를 못 이루면 역사에 죄를 짓는 거다." 장 의원과 이 의원은 그렇게 결론 내리고 담판을 짓기로 했다. TV토론이 끝난 뒤 윤 후보와 안 대표를 각각 찾아가 “일단 만나면 타결 가능성이 크다. 결단을 내려달라”고 설득했다.
3일 새벽 2시 반쯤 4자 회동이 끝났다. 장 의원과 이 의원은 오전 6시 50분까지 공동선언문을 작성했다. 한 시간 뒤 윤 후보와 안 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 후보로의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 11시간의 긴박한 단일화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