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불과 엿새 앞둔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 드라마'를 썼다. 이날 후보직을 내려놓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지지 선언으로, 정권교체 여론을 결집하는 계기를 마련한 윤 후보는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었다. 야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초박빙구도를 기울게 할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역대 단일화 사례를 보면, 시점과 명분에 따라 효과는 크게 갈린다. 이번 단일화의 결말이 '정권교체'로 이어질지 속단할 수 없는 것은 그래서다. '정권교체'를 외치는 것 외에 두 사람의 공통가치는 불분명하고, '비이재명·비윤석열' 성향의 안 대표 지지층이 향후 윤 후보에게 그대로 흡수될지도 불투명하다. 여론조사 공표기간이 지난 뒤 성사된 점은 단일화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정치권에선 단일화가 윤 후보에게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다수다. 윤 후보와 이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10% 안팎인 안 대표의 고정 지지층을 다수 윤 후보가 흡수할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정치 신인인 윤 후보는 자질 논란에 발목 잡혀 정권교체 표심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다. 안 대표는 이를 보완해줄 수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윤 후보가 당 장악력이나 대중 스킨십에서 강점이 있지만 콘텐츠가 부족한데, 안 대표는 반대 캐릭터"라며 "윤 후보의 불안한 이미지를 보완해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지지율 10% 안팎을 기록해온 안 대표 지지층의 과반이 윤 후보 지지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 이 후보나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로 이탈하더라도 안 대표 지지층의 다수가 윤 후보로 흡수된다면 단일화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기대한다. 비록 재외국민 투표는 지났지만 사전투표(4, 5일) 직전 단일화가 성사됨으로써 야권 지지층의 사표(死票)를 줄였고, 정권심판 표심의 결집력을 높였다고 평가한다.
아울러 이번 단일화는 최근 이 후보의 상승세를 견인한 정치개혁을 고리로 한 '반(反)윤 연대'를 무산시켰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허를 찔린 이 후보가 막판 추격 의지를 상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상 이날부터 실시되는 모든 여론조사는 대선 당일인 오는 9일까지 공표할 수 없다. '깜깜이 기간' 중 발표된 단일화로 두 사람의 결합효과를 유권자들이 즉각 체감하기 어려운 점은 단일화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단일화 발표 이전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단일화 효과는 엇갈린다. 1, 2일 실시한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 조사 결과, 야권 단일화를 가정한 양자대결에서 윤 후보는 45.9%, 이 후보는 45.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머니투데이·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양자 대결 시 윤 후보(42.5%)와 이 후보(42.2%)의 지지율은 팽팽했다. 한국경제·입소스 조사(1, 2일 실시)에서는 윤 후보 48.9%, 이 후보 42.8%로 오차범위(±3.1%포인트) 내 혼전이었다.
다만 중앙일보·엠브레인퍼블릭(지난달 28일~이달 2일)에선 윤 후보가 47.5%로 이 후보(41.5%)를 오차범위(±2.2%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단일화 발표 이전 조사이지만, 양자 대결 시 윤 후보 지지율은 다자 대결 시 윤 후보와 안 대표 지지율의 산술적 합산보다 작았다.
남은 엿새 동안 안 대표 지지층이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도 불투명하다. 중앙일보·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선, 안 대표 지지층 가운데 야권 단일화 시 윤 후보로 옮겨간 비율은 29.2%, 이 후보로 옮겨간 비율은 31.2%였다. 8.5%는 심 후보로 옮겨갔다. 약 30% 정도는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았다.
안 대표 지지층은 ①중도 선호 ②비호감 후보(이재명·윤석열) 대안 ③정권교체를 위한 지지로 분류된다. 이 중 ①, ②에 해당하는 지지층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단일화가 투표용지 인쇄일을 넘겨 성사된 것도 변수다. 단일화가 성사된 이날부터 실시된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뒤 지지율 상승)로 여론몰이를 하기 어렵다. 투표용지에도 기호 4번에 안 대표의 이름이 명기돼 있다. 야권 단일화의 반대 급부로 범여권 지지층이 결집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크다.
역대 대선마다 후보 단일화는 판세를 뒤흔든 가장 큰 변수였다. 1997년 대선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야당이었던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대선후보가 정권교체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2002년 대선에선 노무현·정몽준의 단일화로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됐다.
그렇지만 단일화가 항상 승리를 담보하지는 않았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단일화 문제로 갈등을 겪다, 안 후보의 전격 사퇴와 지지 선언으로 물리적 단일화까지 이르렀다. 다만 이후 안 후보가 문 후보와 별도의 선거운동에 나서는 등 화학적 결합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결과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당선이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조사기관 및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