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중국 책임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쟁에 개입한 건 아니지만, 러시아의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고도 사실상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속속 제기되면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지난달 초 '베이징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우크라이나 침공을 늦춰 달라'고 러시아에 요구한 정황을 미국과 유럽의 정보 당국이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 측이 이 같은 요청을 전달했다는 정보는 믿을 만하다"고 NYT는 전했다. 베이징올림픽 폐막 닷새 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중국은 시치미를 떼고 침략자 러시아를 우회적으로 두둔하며 전쟁 우려를 일축해 왔다. 올림픽 기간 중국 외교부는 "전쟁을 부추기는 것은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2월 15일)", "미국 등 서방이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있다(2월 16일)"고 선을 그었다. 중국이 실제 침공을 사전에 인지했다면 올림픽 축제에 혈안이 돼 전쟁의 비극을 외면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수상한 정황은 또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달 23일 러시아산 밀 수입을 전면 개방했다. 지난해 12월엔 러시아산 천연가스 500억㎥를 몽골을 통해 중국에 공급하는 새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에 합의했다. 서구의 제재에 미리 대비라도 하듯 러시아는 중국과의 식량·에너지 분야 협력에 부쩍 속도를 냈다. 양국이 전쟁에 앞서 교감을 나눴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물론 중국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류펑위 주미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 계획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에 "그런 주장은 근거 없는 추측이며 중국을 비난하고 비방하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중국은 되레 우크라이나 사태 책임을 미국에 씌웠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3일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또 다른 베를린 장벽을 세워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인구 1억4,000만 명의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하다"며 "러시아를 압박할수록 세계의 분열과 적대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