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과 참상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달되는 데는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빠질 수 없다. 그 중에도 틱톡이 가장 눈에 띈다고 미국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가 보도했다. 경쟁 SNS보다 동영상 편집과 전송이 훨씬 손쉬운 장점 덕분에 전쟁 초기, ‘노인 여성이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 동영상부터 ‘빼앗은 러시아 탱크 조종법’까지 생생한 전쟁 상황과 필요한 정보들이 틱톡을 통해 놀라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세상을 뒤흔든 역사적 사건에서 SNS가 큰 역할을 해왔다. 당시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민주화 시위대에 중요한 무기가 됐으며, 2018년 화학무기에 희생된 어린아이들의 참혹한 장면, 지난해 탈레반의 카불 점령 당시 혼란상 등도 모두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전달되며 여론의 방향을 뒤바꿨다.
틱톡이 세상에 나온 후 첫 번째 중대한 전쟁인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틱톡은 러시아군의 진군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우크라이나인들의 용감한 방어전 등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SNS의 역할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의 한 국제 국방전략 전문가는 “과거 국제분쟁을 분석할 때 정보의 90%를 정부 기관 등의 공식 발표 등에 의존했다면, 최근에는 90%를 트위터를 통해 얻고 있다”며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의 경우 트위터에 올라오는 중요한 동영상들이 대부분 틱톡의 워터마크를 달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그 이유는 우선 다른 SNS를 압도하는 조작법이다. 영상 편집과 필터 사용과 업로드의 편리성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다. 게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는 틱톡이 SNS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러시아 인구 1억4,400만 명 중 2,850만 명이 틱톡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SNS에 유통되는 주요 동영상 중 상당수가 틱톡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20년 통계만 해도 틱톡에는 매시간 500만 건의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 정도 규모면 누구라도 하루아침에 슈퍼스타가 될 힘을 가진다.
틱톡의 막강한 잠재력이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드러난 것이다. 단 적으로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 때문에 파괴된 건물 상황에 대한 짧은 동영상은 업로드된 지 불과 몇 분 만에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공유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달 20일 틱톡에 ‘#Ukraine’이 달린 동영상 클릭 수는 640만 회였지만, 불과 8일 만에 171억 회로 늘어났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한편 이렇게 막강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전달되는 정보의 진위를 거르는 검증 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점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