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근로계약서에 '자동연장' 단서… 대법 "해고 부당"

입력
2022.03.02 14:05
'별도 합의 없으면 계약 자동 연장' 단서 조항
대법 "계약서 명확하면 '문구 그대로' 인정해야"

근로계약 기간을 정해 직원을 채용했더라도 계약서에 '당사자 합의가 없으면 고용 기간이 자동 연장된다'는 단서가 있다면 이를 따라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헬기조종사 A씨가 산불 진압 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A씨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5월 1일부터 1년간 B사와 근로계약을 하고 신설된 헬기사업팀에 배치됐다. 하지만 새로 도입한 헬기에 대해 당국이 증명 발급을 거부하면서 B사는 팀 운영을 중단하고 팀원들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 A씨는 "근로계약서에 '계약 만료시까지 별도 합의가 없으면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조항이 있으므로 해고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근로계약서에 고용 기간을 1년으로 한정한 내용과 '계약 자동 연장' 조항이 모순을 일으키긴 하지만, 해당 조항을 해석하면 '계약 기간이 종료하면 업체가 계약 연장 여부를 심사해 갱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되, 업체가 계약 기간 만료일까지 갱신 거부의 뜻을 표하지 않으면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여긴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A씨는 B사가 운영하려던 헬기 기종을 조종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에 회사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할 명분이 있었다고도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계약 자동 연장 조항은 원문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해당 조항은 A씨와 B사가 계약 기간 만료 전까지 별도로 합의하지 않는 한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의미임이 명확하다"며 "A씨가 정해진 근로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만 이 조항이 적용된다는 내용은 계약서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은 계약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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