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검찰이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보도를 빌미 삼아 자국 독립 언론사 두 곳의 방송을 중단시켰다. '러시아의 마지막 남은 자유 언론'으로 불리는 라디오 방송마저 차단되며 러시아 정부가 전쟁 상황을 악용해 언론 검열을 심화한다는 지적이다.
1일(현지시간)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러시아 검찰은 이날라디오 방송국 '에코 오브 모스크바'(Ekho Moskvy)와 독립 방송사 ‘TV레인'(DozhdTV) 방송 중단을 발표했다. 중단 이유로는 “두 언론사가 극단주의적인 폭력 행위를 조장하고 러시아의 군사 작전에 대해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당국의 허가 없이 불법 집회를 방송하거나 이와 관련한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를 ‘불법 집회 조장’으로 간주, 금지하고 있다. 발표 직후 러시아 내 두 웹사이트 접속은 차단됐다.
두 방송사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침공'으로 지칭하며 자국 내 다양한 반전 목소리를 전달해왔다. 특히 에코 오브 모스크바는 '러시아 내 마지막 자유 언론'으로 불리는 라디오 방송국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앞서 러시아의 방송통신 정보기술 감독기관 로스콤나드조르(Roskomnadzor)는 지난달 26일 러시아의 10개 독립 언론사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침공', '공격’, '전쟁 선포'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 방송을 중단시키겠다고 경고장을 보낸 바 있다. 현재 러시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침공' 대신 '특별 군사 작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중단 조치가 취해진 두 방송사는 즉각 반발했다. 알렉세이 베네딕토프 에코 오브 모스크바 편집장은 자신의 텔레그램에 "방송 중단은 러시아 헌법에 의해 금지된 언론 검열이며 정치적 이유가 있다"며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TV레인도 성명을 내고 불법 집회 조장과 가짜뉴스 전파 등 제기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