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작년 미국에서 이용자들로부터 개인정보 유출의혹으로 소송을 당했다. 네이버가 라인메신저, 스노우 등을 서비스하며 중국의 안면인식 인공지능기업 '센스타임'의 기술을 사용했는데, 이용자 개인정보를 해외로 유출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고 IT기업 네이버는 왜 중국 센스타임의 인공지능기술을 사용하게 됐을까?
메타버스 시대에 인종을 불문하고 정확하게 안면을 인식하는 기술은 필수적이다. 센스타임은 99% 정확하게 영상에서 안면을 인식해 낸다고 한다. 센스타임의 이 뛰어난 안면인식 기술은 중국정부가 공공장소에 설치된 CCTV데이터에 접근을 허용한 결과다. 결국 센스타임은 방대한 학습데이터를 확보해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을 만들어 냈고, 네이버마저도 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수모'를 겪게 된 것이다.
이젠 뛰어난 인공지능 플랫폼을 육성해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갖지 못하면, 결국 해외기업에 콘텐츠와 개인정보를 장악당하고 돈까지 뺏기게 된다. 해외 인공지능 서비스에 우리 나라의 데이터와 국부가 장악당하는 상황을 필자는 NB-CPM=Zn이라는 공식으로 요약한다. 국가(Nation)의 빅데이터(Big data)에서 콘텐츠, 개인정보, 돈(Contents, Privacy, Money)이 해외 인공지능에 의해 장악당하면 결국 좀비국가(Zombie nation)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말이다.
IT 강국이던 우리나라가 어떻게 2014년에 창업한 센스타임에 밀리게 됐을까. 단지 안면인식뿐일까.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영상산업을 장악하는 것도 인공지능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가 인공지능에서 밀리는 이유는 단연코 우리 개인정보보호법의 과잉보호 때문이다. 개인정보의 범위를 비식별정보까지 과다하게 확장하고, 개인동의가 없으면 비식별 개인정보의 이용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과잉보호 말이다.
필자는 2012년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의 법제도분과에서 활동하던 시절,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제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비식별정보까지 개인정보로 포함해 형사처벌로 보호하고 있는 건 세계에 유례없는 과잉보호이며, 결국 데이터 관련 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돌아온 답은 '우리 개인정보보호법제가 과다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 개발에 필요한 학습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정부가 나서서 세금을 들여 학습데이터를 만들어 줘야 하는, 걸음마 신세를 여태껏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컨대 우리나라 인공지능 기업들은 아직도 스타트업인 셈이다.
그 사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빅테크 기업들이 성장했고, 최고 인공지능을 무기로 제품과 서비스 시장에서 우리를 압도해 나가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기업도 영상데이터를 구하기 힘들어 외제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결국 외제 인공지능들이 우리 나라의 콘텐츠와 개인정보를 장악하는 것을 막기 어려운 처지에 이르고 말았다.
국민들의 개인정보 해외유출은 법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에 의해서 지켜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과다한 개인정보 정의로 말미암아 제 발등을 찍고 있는 현실이다. 근본적 법제전환 없이는 '국가의 혼'인 데이터를 지켜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