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해제 됐는데 "PCR 음성확인서 내야 출근 허용" 논란

입력
2022.03.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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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확진 후 7일 지나면 감염력 사라져" 불구
음성확인서 제출·추가 격리 요구하는 기관 적잖아
일부 병원은 입원 제한… 정부 "불법 진료거부" 경고

지난달 네 가족 모두가 오미크론 변이 양성 판정을 받은 안모(35)씨는 열흘간 가족들과 재택치료를 했다. 지난달 24일부로 격리가 해제돼 안씨는 28일부터 출근하려 했지만, 회사는 "가족 전원의 PCR(유전자증폭)검사 음성확인서부터 제출해야 한다"며 제지했다. '격리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7일이 지나면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는 방역당국 지침과는 배치되는 요구였다.

안씨를 더 난감하게 하는 건 확진자가 완치돼 감염력이 사라졌더라도 체내 바이러스 찌꺼기 때문에 상당 기간 PCR 양성 판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안씨 가족 역시 2일 기준 1명만 음성 진단을 받았다. 안씨는 "비싼 검사 비용을 감수하면서 가족 모두가 PCR 검사를 받았고 신속항원검사는 수시로 하고 있다"며 "완치자는 3개월까지 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데 언제까지 집에 격리돼 있어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가 8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확진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학교, 직장, 병원 등 일부 기관들이 완치자에게 출입 조건으로 음성 진단 확인서나 추가 격리를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막연한 감염 우려를 앞세워 격리 의무를 다한 이들의 일상 복귀를 부당하게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19 환자 증가에 비례해 직장이나 학교 복귀를 둘러싼 마찰도 늘어나는 추세다. 직장인 A씨는 "혹시나 싶어 격리 해제되고도 며칠 있다가 출근하려 했더니, 회사 인사팀에서 신속항원검사 음성 결과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며 "계속 검사했지만 양성이 나와 한동안 회사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학생 B군도 격리 기간이 끝난 뒤 학교 보건교사로부터 "이틀 정도 더 집에 있으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한다.

기관들은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 때문에 음성확인서를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완치됐다고 해도 진단 검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전파 가능성이 여전한 걸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격리 해제 후에도 PCR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확진 후 7일 이상 경과하면 활동성 바이러스는 거의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경우 통상적 전파 기간은 증상이 발현되기 1~2일 전부터 발현 이후 2~3일까지다.

완치자 출입 제한은 의료기관도 다르지 않다. 병원은 시설 내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이 즐비해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지만, 역으로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몇 해 전 신장 이식을 받은 C씨의 아버지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전담 병원에 입원했다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C씨는 "아버지가 폐렴으로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한 입원 일수는 정해져 있다고 한다"며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던 대학병원으로 옮기려 했더니, 병원에서 '격리 해제 후 일주일이 지나야 입원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막막해했다.

방역당국도 이런 행위를 수시로 경고하고 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지난달 28일 "기업이나 기관에서 (격리 해제자에게) 임의적으로 음성확인서 제시를 요청하고 있는데, 앞으로 보건소와 선별진료소도 음성확인서 발급을 중단하는 만큼 자제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회사가 코로나19 감염 이력을 이유로 재택근무나 연차 사용을 강요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당국은 특히 의료기관이 완치자를 차별하는 건 명백한 진료거부 행위라며 제지에 나섰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의료현장에서 코로나 의심환자나 격리해제 환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어서 관련 의료단체들과 지속적으로 (해결책을)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법상 진료거부 행위엔 시정명령, 의료인 자격정지 1개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나주예 기자
오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