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수출제한(FDPR) 충격 1, 2주 후 현실화...“예외국 인정해달라” 정부의 '뒷북' 설득전

입력
2022.03.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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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미 연방관보 게시 및 발효 가능성 높아
장기화 땐 기업 피해... 중소기업 취약 분석 
"면제 위해 필요하면 대통령이 전화라도 해야"

미국의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의 실제 발효가 임박한 가운데 FDPR 면제국에서 제외된 우리나라가 뒤늦게 미 정부를 상대로 한 전방위 설득에 나섰다. FDPR 조치 적용 예외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움직임이지만 대부분의 국제사회가 러시아 제재에 동참을 선언한 이후, 이어진 '뒷북' 행보란 지적도 나온다.

1일 정부 및 통상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3일(현지시간) FDPR 등을 포함한 대러시아 수출통제 조치를 연방 관보에 고시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은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을 통해 △전자(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 △센서·레이저 △항법·항공전자 △해양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품목 및 기술의 러시아 수출 통제 조치 등을 취했다.

특히, 제3국에서 생산됐더라도 특정한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수출 금지가 가능한 FDPR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미국 주도의 러시아 제재에 선제적으로 동참한 국가 중 사실상 한국만 적용을 받게 됐다. 미국은 유럽연합(EU) 27개국과 일본, 호주, 영국, 캐나다 등은 미국의 허가절차를 통할 필요가 없는 예외국으로 분류했지만, 한국은 제외됐다. 정부가 수출통제 참여 입장에서 미온적이었던 데다, 독자 제재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롯됐단 시각이 중론이다.

대북 관계나 러시아 진출 기업 등을 고려한 정부의 신중한 판단이라는 옹호론도 있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기업들에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론도 커지고 있다.

당장, 대부분 FDPR 적용 예외국에 속한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경쟁국 기업들은 수출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지만, 미국의 첨단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상당 부분 사용하는 우리 기업들은 미측 수출 허가를 받고 나서야만 움직일 수 있다. 한 통상 관계자는 “개별 기업들이 스스로 면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신청부터 승인까지 실제 수출이 이뤄지기까진 오랜 기간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FDPR 예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중소기업의 피해가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적용했던 FDPR는 사실상 화웨이에 납품하는 삼성이나 SK 등을 겨냥한 조치라 예외 적용을 받지 못했다. 즉, 대기업들은 조치에 대응할 경험이 있고, 악조건을 타개하기 위한 자금과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버틸 힘이 있다는 얘기다. 안 그래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대금 결제나 물류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사태가 장기화하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급파, 고위급 회담에 나서는 등 전방위 설득전에 나선 건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실무진도 미 상무부와 국장급 협의를 시작하는 등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일각에선 FDPR 적용 예외를 위해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미국과 같은 수준의 수출통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억원 차관이 지난달 28일 윌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과 면담을 갖고 “전략물자 수출금지를 시작으로 추가적인 제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직 적용 대상 품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피해가 현실화하진 않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FDPR 적용 면제를 받아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통상 관계자는 “FDPR가 실제 관보에 게시되고 유예기간까지 감안하면 발효하기까지 1~2주 정도 걸릴 것 같지만 국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가능한 한 빨리 예외국에 포함돼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대통령 간 통화를 해서라도 최대한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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