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자동차·대게… 러시아와 교류 활발 동해안 지자체들 '비상'

입력
2022.03.02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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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경제 악영향 '노심초사' 
8년 전 물량 끊긴 포항, '또 중단될까' 걱정
러시아와 교류 활발 강원, 항로 차질 우려
킹크랩·명태 등 수산물업자들도 예의주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경제 제재가 확대되면서 러시아와 활발히 교류해 온 강원도와 경북 포항 등 동해안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확산으로 가뜩이나 교역량이 축소된 상황에서 기존 물량마저 끊어지지 않을지 노심초사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는 1일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금융 제재 동참 차원에서 러시아 은행·자회사와 금융 거래를 막고 국고채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날 포항 ㈜영일신항만은 서방국가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영일신항만은 러시아와 일본을 잇는 북방항로를 따라 컨테이너 화물선이 오가는 곳이다. 영일신항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항만 물동량에 큰 변화는 없다"면서도 " 제재가 확대되면 한순간 중단될 수도 있어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로 수출되는 일본 마쯔다 자동차는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를 거쳐 나간다. 완성차 수입에 대한 러시아의 높은 관세 때문이다. 일본 현지에서 생산된 차량은 히로시마항에서 영일만항으로 들어와 일부 분해 작업 후, 반조립(CKD) 상태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물량은 연간 약 3만TEU로, 항만 전체 처리 물량의 3분의 1에 달한다.

영일만항에는 과거 쌍용자동차가 같은 방식으로 연간 4만~5만TEU를 러시아로 수출했지만,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합병 후 가해진 서방 제재로 중단됐다.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차량을 팔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당장은 영향이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항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컨테이너 물동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이번 사태로 기존 물량도 끊어질까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북방항로 거점인 속초항과 러시아 자루비노, 중국 훈춘을 연결하는 항로에 연내 취항할 계획을 세웠지만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올해 10월부터는 강원 동해항과 일본 마이주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항로에 컨테이너선을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이마저도 적신호가 켜졌다.

강원도 관계자는 "지난해 러시아와 두 건의 협약을 맺을 정도로 자치단체 간 교류가 활발한데 대러 제재가 확대되면 위축될 수 있다"며 "항만을 중심으로 한 국제 여객항로 재개와 양양공항의 노선 다변화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울산에서 열린 '한·러 지방협력 포럼'에서 러시아 지방정부 18곳과 교역 확대를 논의한 국내 17개 자치단체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시 포럼에는 러시아 경제인들과 극동북극개발부 장관까지 참석해 국제 카페리선 취항과 수산물 수출입 확대 등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킹크랩과 명태 등 러시아산 수산물을 수입하는 국내 대규모 유통·판매업체들은 벌써부터 물량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러시아산 대게와 킹크랩의 90%가 동해항으로 들어온다. 금융 제재로 송금 등이 막히면 수산물을 제때 수입하기 쉽지 않다.

동해항의 대게 유통 상인은 “전쟁이 길어지면 배가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아직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 김정혜 기자
동해=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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