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일 최대 격전지 서울에서 "저 같은 정치 신인이 이 나라의 정부를 맡게 되는 것이 엄청난 정치개혁"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통합정부' 구상을 담은 정치개혁안을 고리로 '반윤석열 포위망'을 형성하자, 본인이 정치개혁의 주체라며 역공에 나선 것이다. 홍준표·유승민·원희룡 등 당내 경선 주자들과 유세 무대에 올라 '원팀'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단일화가 결렬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지우기에도 힘을 쏟았다.
윤 후보는 이날 신촌 유세에서 "저는 지역을 통합하고 진영을 통합하고 오로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정신만 함께한다면 모든 분들과 함께 가겠다고 했다"며 "이게 국민통합, 정치개혁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권교체가 곧 정치개혁"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후보가 제시한 정치개혁안에 대해선 "국민에게 무슨 사기를 치는 것이냐"며 평가절하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을 부패 세력으로 규정하고 "썩고 부패한 사람이 국민통합을 할 수 있느냐. 그런 사람들이 통합을 외친다고 누가 호응하겠느냐"고 했다.
윤 후보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깨어 있는 시민연대' 집회에 참석해 "여러분과 제가 중간에 서로 오해도 있었지만, 결국 우리가 부정부패 없고 깨끗한 나라를 만들자고 하는 데 대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국 수호' 시위를 주도했던 이 단체는 이번 대선에서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민주당 지지에서 이탈한 단체와 손을 잡는 모습으로 이 후보를 견제한 것이다.
현 정부와 이 후보의 안보관에 대한 공세도 이어갔다. 윤 후보는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도발이라는 말도 못 하는 벙어리 행세를 했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동작구 유세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론하며 "이 정권은 5년 동안 북한 김정은에 질질 끌려다니고, 중국 눈치를 보느라 우리나라를 제대로 지켰느냐"고도 했다.
신촌 유세에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함께 치른 홍준표 선거대책본부 상임고문,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등장해 야권 지지층에 결집을 호소했다. 세 사람은 각각 윤 후보의 유세를 지원한 적은 있지만,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해 11월 후보 선출 이후 처음이다. 홍 의원은 "국가안보관이 확실한 사람만이 대통령이 돼야 된다"며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고, 유 전 의원은 이 후보의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초보 대통령' 발언 논란을 들어 "이런 후보 뽑으면 대한민국 망신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무산된 만큼 '안철수 지우기'에도 나섰다. 원 본부장은 지원 유세에서 "야권의 유일한 후보인 윤 후보를 제외한 다른 분들이 정치교체를 얘기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도 윤 후보를 "유일한 야권 후보"라고 강조했다. 단일화 협상으로 감정의 골만 깊어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이 후보의 정치개혁안에 관심을 보이는 사실상 '여권 후보'로 규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