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주춤해도… 뛰는 대출이자에 중산층 '주택 구매력' 역대 최저

입력
2022.03.01 20:30
12면
지난해 4분기 주택구매력지수 역대 최저
"집값은 정체지만 대출 막혀 돈줄 마른 탓"
규제 사정권 밖 초고가 주택은 오름세 지속

최근 집값 급등세가 진정되는 신호에도 중위 계층의 주택 구매력은 오히려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규제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길이 막히면서 주택을 구입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탓이다.

1일 KB부동산의 월간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아파트 '주택구매력지수(HAI)'는 △10월 71.8 △11월 71.9 △12월 71.0으로 석 달 연속 70대에 머물렀다. 이 지수가 70선까지 떨어진 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래 처음이다.

HAI는 중간 정도 소득 가구가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대 주택을 구입한다고 가정할 때 대출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능력을 의미한다. HAI가 100보다 크면 중위 소득 가구가 중위가격 주택을 큰 무리 없이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몇 년간 집값이 급등한 탓에 매수자의 대출상품 이용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지난해 12월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연 3.71~5.06%로 2020년 3월 이후 처음 5% 벽을 넘었다. 올해 들어서는 금리가 더 뛰어 1분기 중 금리 상단의 6% 돌파가 유력해졌다.

KB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주택가격 상승세는 주춤하기 시작했지만 3분기 대비 가구 소득이 소폭 줄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위 소득 가구의 주택 구매 여력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돈줄이 마르면서 중위 소득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지역 내 주택 재고량 비중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4분기 '주택구입 잠재력지수(HOI)'는 △서울 3.5 △경기 30.4 △인천 45.0으로 모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의 중위 소득 가구가 대출을 받아도 서울 주택 중 가격 하위 3.5%의 주택만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저가와 고가 주택 간 가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15억 원을 넘는 초고가 아파트는 기존에도 주담대가 불가능해 정부의 규제 사정권에서 빗겨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 상위 20%(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에 비해 2,307만 원 올랐지만 하위 20%(1분위)는 65만 원 떨어지면서 5분위 배율은 역대 처음 두 자릿수(10.0)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5분위 평균을 1분위 평균으로 나눈 것으로, 그 값이 클수록 양극화가 심하다는 의미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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